▲ 이승미(행촌미술관 관장)

 봄이 오고 있다. 날씨보다도 더 부지런한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붉은 밭에 나와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이 우리 마을에 봄이 왔음을 알린다. 아이들의 긴긴 겨울방학과 봄방학도 끝나간다.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기다리고 있다. 긴긴 방학의 끝자락에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에서는 해남 아이들 40명과 함께 고려로 이른 봄소풍을 떠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에서 3월3일 막을 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기획전시인 대고려전시회에 1박2일(2월26~27일) 일정으로 해남의 어린이(40명)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마침 해남의 어린이들이 대고려전시를 관람하러 길을 나서는 날,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역사적인 날이라 더욱 그 의미를 새겨볼만하다.  
지난 1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박물관협회 신년교례회가 있었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국립중앙박물관 관장님과 교육문화단장님께 정례적으로 해남의 어린이들을 박물관에 초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추진된 배경은 따로 있다. 바로 고려가 땅끝 해남에서부터 발해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단일 국가로 통일했기에 현재 대한민국 땅끝 해남의 어린이와 서북쪽 영토의 끝 백령도 어린이를 역사적인 대고려전시회에 초대한 것이다. 
가까운 어느 날 남쪽 땅끝 해남 아이들과 북쪽 끝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남북의 자유로운 왕래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시회는 3월3일 종료된다. 이 전시는 향후 100년 안에 다시 개최되기 어려운 매우 특별한 전시회라고 전한다. 평소 특별수장고에 고이고이 모셔두었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유물은 물론이고 1000년 이상 터를 잡아온 국내 유명고찰 소장 국보급 보물들과 세계 곳곳의 유명 박물관에서 모셔온 450여점의 귀한 고려유물들을 한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는 이생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천년고찰 우리 해남 대흥사 성보박물관에 계시던 부처님 한분도 함께 전시 중이시다.      
고려는 통일신라와 발해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단일국가로 통일한 첫 나라이자 ‘코리아’라는 이름을 세계사에 알릴만큼 국제적 교류가 활발한 국가였다. 불교를 국가의 이념으로 근 500년 가까이 한반도를 통치했다. 문화적으로도 세계적인 명성이 자자하였다고 문헌에 전한다. 이번 대고려전 전시회에서는 당시 고려의 국제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1123년 송나라 사절단의 일행으로 고려에 온 송나라 사신 서긍이 남긴 고려에 대한 기록 <고려도경>에서도 특히 극찬한 ‘청자’는 오늘날 세계적인 우리의 반도체 기술이나 다를 바 없는 국가의 주요산업이기도 하였다. 고려의 국가 이념인 불교에 기반한 ‘고려불화’는 아직도 그 명성이 식을 줄 모른다. 오늘날 동시대 예술가들도 고려불화를 모사해보면 그 뛰어난 기량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고 한다.   
해남은 보물로 가득 찬 곳이다. 국보 공재윤두서 자화상이 소장된 녹우당, 유네스코 세계유산 대흥사와 대흥사 소장 보물, 눈에 담아도 담아도 그리운 미황사 그리고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자연유산. 그러나 그 중 가장 귀한 보물은 우리 해남 아이들이다. 수천년 해남의 전통을 이어갈 미래의 유전자를 가진 해남 아이들 40명과 함께 찬란한 고려로 소풍간다. 우리 해남아이들이 자신의 가치에 큰 자긍심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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