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종기(해남군농민회 회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말들이 오고간 뒤 이제 조금은 안정돼 가는 상태다. 두 정상이 서명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준비했던 합의문의 내용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유엔 핵심 제재 결의의 사실상 해제라는 문제와 관련해 영변 핵시설이 차지하는 비중, 의미에 대한 합의, 또 거기에 상응한 조치가 무엇이냐에 대한 이해가 일치되지 않아 서명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과 거래로 보면 영변과 제재에 대한 상호 가치 평가에서 차이가 존재했다는 말이다.
북한이 영변 전체의 완전한 폐기까지 주겠다고 했다면 미국은 제재가 아니면 어디까지 줄 수 있었을까? 미국이 영변을 넘어선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할 때 자신도 북한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전 세계의 관심과 국민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북미간 협상에서 핵심 장애물은 무엇일까? 
최근 정부에서는 비핵화와 관련해 ‘운영적 정의’라는 말을 했다. 어떤 상태가 돼야만 북한의 핵 활동이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볼 것인지 또는 어떤 시설이 어떻게 해체돼야만 핵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운영적 정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나 2005년 9.19 공동성명 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최종 상태에 대한 개념을 한미간 서로 공유를 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것을 어떻게 소위 지표, 인덱스(index)화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난제로 남았다고 했다. 
뒤집어 보면 최종 상태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쉽게 말하면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실행할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한반도에서의 비핵화가 쉽지도 않을 뿐 더러 단기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난한 과정의 연속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핵과 미사일 시험 유예와 함께 한미연합훈련 축소, 외교적 노력이 지속되고 있고, 과거 위기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분단비용은 지출되고 있으며 국민들이 그 고통을 받고 있다. 과거 정부와는 달리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운전자, 중재자에 이어 촉진자 역할을 하려고 한다. 
지난 하노이 회담 직후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고 판문점과 평양선언에서 천명한 민족자주의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북미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의 당사자는 우리라는 것이다.  
지난 하노이 회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지만 몰랐던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경의선만 연결되면 부산에서 평양을 거쳐 베트남까지 열차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으로 육로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흥분했고, 이는 물류 이동에 대대적인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한반도와 중국, 인도차이나반도가 하나로 연결되는 동아시아의 새 질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분단국가, 섬나라에서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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