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상 정(해남군의원)

장면 1
5월. 푸르름이 향기까지 더해지는 이른 새벽, 70세인 현석이네 아짐은 채소밭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현석이네 아짐은 20여 마지기의 논은 동네 이장한테 곡수를 주고 텃밭은 직접 일궈 상추, 고추, 마늘, 배추, 무를 심어 자식들에게 보내주기도 하고 김장을 담가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읍내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긴 이후 하루 일과가 달라졌다.
어둠을 가르는 흰 빛이 길을 안내하는 신새벽, 채전밭에서 손바닥만 한 상추 한 바구니와 겨자채 한 봉지를 따서 깨끗한 물에 씻어 가지런히 정리한다. 대충 6kg은 될 것 같다.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아침을 준비하는데 재작년에 마을에 귀농한 영석이가 와서 정리해 놓은 상추와 겨자채를 챙겨 갔다. 오후 6시쯤에는 문자가 왔다. 오늘 27,000원이 통장에 입금됐다고. 푼돈이지만 하루하루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살아가는 재미고 활력이 됐다.
장면 2
서울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왔던 영석이는 둘째가 아토피로 고생해 농촌으로 이사 왔다. 그러나 막상 농촌에 오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배운 기술이 있어 막노동을 하며 생활하고 틈틈이 농업기술센터에서 선진 농법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워낙 성실하고 인사성이 밝아 동네 어르신들도 영석이에게 논 몇 마지기와 밭뙈기나마 빌려주었다. 영석이는 면에서 지원하는 하우스시설 지원비를 받아 100평의 비닐하우스에 애호박 농사를 지었고, 매일 아침 읍내 로컬푸드 판매장에 하나씩 포장해서 가격표를 붙여 진열한다. 한겨울에도 농사를 짓게 돼 매월 200여만원의 수입이 생겨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다. 나머지는 농산물공판장에 내다 판다.
장면 3
초등학교 3학년을 둔 읍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소라 엄마는 저녁 식사로 삼겹살을 먹기 위해 로컬푸드 매장을 찾는다. 매일 생산해 잔류농약검사를 마친 싱싱하고 안전한 쌈채소들이 200g씩 보기 좋게 포장돼 1,000원에 판매된다. 상추, 치커리, 딸이 좋아하는 쌈케일과 향이 좋은 쑥갓 등 여러 쌈채류를 푸짐하게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겨우 만원이다. 삼겹살 1kg과 간식으로 빵까지 사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또래 엄마들을 뒤로하고 매장을 나선다.

위의 3장면은 지난 3월28일 동료 의원들과 영암, 평동, 나주신도시에 자리한 로컬푸드직매장을 다녀온 후 해남군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겼을 때를 상상해 내 주변의 모습을 그려 본 것이다. 
로컬푸드는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 운동이다. 지역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니 유통비가 절약되어 생산 농가의 입장에서는 좋은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고, 직매장에서 매일 생산된 농산물에 대해 잔류농약검사를 마쳐 판매하니 소비자는 싼 가격에 안전하고 싱싱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
또한 로컬푸드는 소규모 농사를 짓는 농민과 은퇴한 고령농민들, 귀농인들이 소규모 농사를 지어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농업정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저가격농산물의 기조를 유지하며 농업의 규모화를 위해 대농 중심의 지원을 펼쳐왔다. 
그러나 대규모로 농업을 경영하는 농민만으로 한 마을을 유지할 수는 없다. 소농과 고령농민들도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남군에서 추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우리의 이웃인 농어민의 소득 보전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소중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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