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미(행촌문화재단 대표)

 계절은 갈 때와 올 때를 미리 알고 있다. 더위로 잠 못 이루던 날들이 지속되더니 벌써 따스함이 그리워진다. 올여름 읍 학동마을 수윤동산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신나는 예술여행이 진행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예술가들이 운영한 마을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멀구슬오동나무다방’이 40일간 운영되고 있다. 
박남준 시인과 안상학 시인을 비롯해 공연 예술가 20여명이 참여한 3일간의 예술축제 ‘예술 숲 섬머페스티벌’도 열려 조용한 학동마을이 예술로 들썩들썩 거렸다. 해남만의 독특한 공연으로 자리 잡아 가는 시노래공연을 진행하는 ‘시화풍정 담소’가 꿈꾸던 시노래음악 축제가 열렸던 것이다. 수윤동산의 작은 물놀이장에선 아이들이 뛰놀고 한쪽에서는 예술가와 수다방이 열려 온종일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베짱이 가수들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를 노래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물놀이하는 아이들은 어떤 어른으로 자랄지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해가 어스름한 저녁 무렵에는 ‘멀구슬오동나무다방’에서 텃밭서 자란 옥수수, 호박을 삶고 해남농부들이 좋아하는 삼산막걸리와 멀리 남창시장에서 공수해온 닭튀김과 떡 그리고 관람객들이 들고 온 수박으로 더위를 식혔다. 마을 어르신들부터 여름방학과 가족휴가로 할머니 집에 온 아이들까지 음악에 빠진 날이었다. 
학동마을 ‘고라니와 아이들의 호박학교’에서는 오전에는 이웃동네 순천에서 움직이는 노래차 ‘라이징스타’가 달려와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오후에는 목수와 아이들이 놀이기구 ‘바이킹’를 만드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일개미와 베짱이마을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땀을 식히는 사이 박남준 시인과 안상학 시인은 시를 읽고 가수는 시를 노래한다. 
해남군에서는 2020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개최지 유치를 위해 해남국제수묵워크숍을 열었다. 행촌미술관에서는 공재의 예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공재와 화가의 자화상전시를 열었고 세계인의 보물 대흥사에서는 이지연 작가와 김은숙 작가의 그림 및 사진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행촌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전통문화관광 남도수묵기행은 신청자가 쇄도해 연말까지 꽉 채워졌고, 참가자보다 더 많은 대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남의나라 거친 벌판에서 맨주먹으로 독립운동을 하던 독립군들이 꿈꾸던 나라, 30년 전 온 나라 구석구석에 문화가 스미는 나라를 꿈꾸며 1,000개의 미술관과 1,000개의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던 이어령 장관이 주장했던 생활 속의 문화가 2019년 여름 이곳 해남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5년 전 설립된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이 꿈꾸던 해남. 오늘을 살아가는 조상 덕에 대대로 잘사는 나라, 문화로 신나는 해남을 유산으로 남기는 일이 가능해 보이는 뜨거운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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