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대 군정이 출발하기 전부터 씁쓸하다. 군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키며 출발해야 하는데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들이 왠지 답답하다.
세상은 법의 잣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인간사에 있어 법은 마지막에 판단하는 기준, 즉 상식과 정서, 일상적인 관계가 무너질 때 들어대는 잣대이다.
군수실이 부군수실과 자리바꿈을 했다. 군수실은 해남군청이 생긴 이래 그대로 유지돼 왔다. 구전에 의하면 조선시대 현감이 근무했던 집무실 바로 위쪽에 군수실을 뒀다는 말도 있다. 물론 새로운 군수가 새로운 각오를 위해 사무실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그 오래된 전통을 깨면서까지 군수실을 바꾸려면 그에 따른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즉 군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 청사진을 위해 군수실을 옮겨야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제시해야 군민들도 쉽게 납득할 것이 아닌가.
박철환 군수는 현장 군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군수실에 앉아있기 보다는 현장에서 군민들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그 약속대로 한다면 부군수실과 문화관광과를 터 만든 광장 같은 군수실이 필요하겠는가.
관사도 말이 많다. 그래 관사까지는 이해한다고 하자. 그러나 관사 안에 들어간 살림살이를 구입하는데 2570만원이 사용됐다. 요즘 지자체장들은 관사보다 자신의 집을 그대로 관사로 사용한다. 물론 박군수의 집이 마산면이어서 어려움이 예상돼 관사까지는 납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갈 집기를 그렇게 많은 예산을 들여 구입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부분이 문제다.
그 모든 것은 예산이 허용된 범위 내에서 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법적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상식이자 시대의 흐름이다. 그리고 군민들이 느끼는 정서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제가 성장했다고 과학적인 숫자까지 들어가며 말해도 국민이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면 경제가 성장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 이 같은 일을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군민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면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자체장의 자리는 군민의 정서를 무시하며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성과를 올린 군정을 운영했다고 하더라도 군민의 정서를 사지 못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 박 군수는 해남군정 이래 처음으로 비서실장도 자신의 사람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이 점도 새로운 비서실 업무의 개편과 청사진이 먼저였다. 다른 지자체도 그렇게 하고 있고 마침 6급 자리도 비어있어 가능했다고 한다지만 분명한 것은 외부에서 자신의 사람을 영입했다면 기존의 비서실과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하는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5대 군정은 군민의 마음을 치유해야 하는 임무까지 맡고 있다. 따라서 군민들은 희망찬 5대 군정을 더욱 갈망하고 있다.
군민의 마음을 사는 군정, 그것은 거대한 사업이 아닌 작은 데서 비롯된다. 특히 군수의 자기관리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많다.
군민의 마음을 사는 군정, 감성을 자극하는 군정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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