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지킴이·시설관리자
매일 해남공고로 출근한다

해남공고 교문 앞에서 조용천 교장과 김정하 전 면장, 김지성 전 면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해남공고 교문 앞에서 조용천 교장과 김정하 전 면장, 김지성 전 면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의 일이 누군가와 호흡하고 누군가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 과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그러한 가치를 담고 있을까. 매일 아이들의 공간을 찾아가면서 드는 의문이다.”(김지성 전 면장)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시 ‘연탄재’를 되내인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연탄재가 될 수 있을까. 꿈은 꾸지만 여전히 드는 의문이다.”(김정하 전 면장). 
해남군청 사무관으로 퇴직한 김지성 전 북평면장과 김정하 전 계곡면장, 그들의 직장은 해남공업고등학교이다. 김지성 전 면장은 배움터 지킴이, 김정하 전 면장은 학교 시설관리자다. 
공직자들의 꿈인 사무관을 지낸 두 사람, 한 번 면장은 영원한 면장이듯 밖에선 여전히 그들을 면장이라 부른다. 그러한 그들이기에 퇴직 후 다시 시작한 지금의 직업에 자신들 스스로도 여전히 의문을 던진다. 이 일이 누군가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김지성 전 면장, 해남공고 배움터 지킴이로 2년을 보낸 지금, 아이들 이름을 거의 안다. 
“오늘은 늦었네, 빨리 왔네.” 교문 앞에서 언어와 눈빛, 몸짓대화를 나눈다. 면에서 통학하는 아이들의 등교 시간도 거의 안다. 지금의 나의 일이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은 여전하지만 그 아이들 속에서 함께 생활함에 감사한다. 
해남공고에 출근했던 첫해, 매일 80여 명에 이른 아이들이 지각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명도 없다.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조영천 교장 부임 이후 해남공고의 변화과정을 몸소 체험했다. 따뜻한 포용의 교육방침이 학교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지켜보며 나의 삶을 끊임없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배운다. 그 변화의 가운데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아이들은 등교, 나는 출근한다. 그러나 아이들과 같이 나도 여전히 학교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김성만 화공과 교사는 김지성 전 면장에 대해 매일 교문 앞에서 아이들과 진심 어리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또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보단 행동에서 배운다며 그런 점에서도 정확한 시간개념과 따뜻한 배려의 시선 등이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많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지성 전 면장은 41년6개월의 공직생활 중 북평면장을 거쳐 상하수도사업소 소장으로 퇴임했다.  
김정하 전 면장, 지난해 6월 계곡면장 퇴임 당시, 그는 선후배 공직자들 덕분에 공직생활을 잘 마쳤다며 사회에 나가 요양원이나 시설 등에서 궂은일을 하며 여러분과 호흡하겠다는 퇴임사를 했다. 
그는 올 1월부터 매일 오전 7시 30분 넘어 해남공고에 출근한다. 쓰레기 분리배출에서부터 교정 꽃단장, 풀뽑기 등 그의 일은 무한하다. 
학교에서 정해준 일이 아니라 스스로 찾은 일들이다. 이 일을 시작한 후 몸무게가 4kg이나 빠졌을 만큼 몸도 건강해졌다. 아이들과 직접 접촉할 일은 적지만 아이들이 숨 쉬고 뛰어노는 공간이라 스스로 청결을 고수한다. 그는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좋다. 
김지성 면장은 종일 온 교정 곳곳에 손길을 내미는 그를 진정한 수행자라고 말한다. 조영천 교장은 단장된 꽃동산 등 학교가 달라졌다고 말하고 박주항 교사는 비가 자주 오는 요즘에도 보도블록 사이에 풀 한 포기 없을 정도로 밀짚모자 쓰고 수고하시는 모습에 미안하고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정하 전 면장은 계곡면장을 끝으로 지난해 6월 42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조영천 교장은 해남공고는 사무관 출신이 일을 하는 곳이라고 웃어 보이며 “해남공고로선 행운이다. 아이들에겐 모습 자체가 배울 점이다. 자랑하고 싶고 또 자랑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김성훈 전문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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