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규·문종철·이성만씨
색소폰은 인생 후반 동반자

이선규·이성만·문종철 70대 노장들은 매일 저녁 동호회 사무실에서 밤늦도록 함께 연습을 한다.
이선규·이성만·문종철 70대 노장들은 매일 저녁 동호회 사무실에서 밤늦도록 함께 연습을 한다.

 이선규(75‧삼산면 신기), 문종철(73‧읍 상일가구), 이성만(70‧계곡면 선진리)씨, 집을 나서는 70대 노장들의 손엔 언제나 색소폰이 들려있다. 
이들은 서는 무대마다 제각각의 색으로 관중들을 색소폰 안으로 흡입시킨다. 연륜이 낳은 색과 몸짓, 그 진한 울림에 흔들리지 않는 관중이 어디 있으랴. 
이들의 색소폰 경력은 3~4년, 땅끝색소폰동호회 회원 중 막내둥이들이다. 
같은 연령대라는 연대의식으로 뭉친 막내둥이들의 공통점은 연습벌레, 저녁 7시에 시작한 연습은 밤 11시를 훌쩍 넘긴다. 동호회 사무실인 해남실용음악학원이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이다. 
집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색소폰을 잡는다는 이들, 그런데도 연습시간이 너무 짧단다. 
이들의 연주 선배는 50~60대 동호회 회원들, 사회에선 저 아래 후배지만 색소폰 앞에선 엄연한 선배이기에 그들의 가르침에 정중히 그리고 열심히 따른다. 
계곡면에서 밤호박 농사를 짓고 있는 이성만씨는 고구려대 평생학습관 색소폰교육생 1기, 삼산면의 대농인 이선규씨는 2기생이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고구려대에서 색소폰을 접한 후 땅끝색소폰동호회 백선오 회장의 안내로 동호회에 가입했다.
해남읍에서 상일가구를 운영하는 문종철씨, 해남실용음악학원에서 윤길용 원장에게 색소폰을 배운 후 동호회에 가입했고 이젠 70대라는 동일한 숫자 아래서 세 사람은 뭉쳤다. 
나이가 들수록 무엇인가에 목말랐다는 이들, 그 목마름을 해소해 준 것이 색소폰이고 내 생의 마지막 동반자가 색소폰임을 당당히 말한다. 
이들은 노인의 날과 면민의 날, 요양원, 각 마을축제 등에 색소폰 연주로 사람들을 만난다. 색소폰 소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또 사람들간의 마음을 잇게 하고 그들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색소폰 연주자의 삶이 행복하다.
색소폰이 자신들의 삶을 낙천적으로 만들었다는 이들의 가장 큰 후원자는 단연 가족이다. 아내는 색소폰을 치매예방운동이라 부르고 자녀들은 생의 멋짐이라며 응원한다. 
여기에 친구들의 부러움은 덤이다. 무대에 오른 자신들을 부러운 눈빛 가득 담아 응원해 주는 친구들, 이때는 어깨가 으쓱거린다. 
매일저녁 동호회 사무실에서 연습하는 70대 노장들은 나이가 주는 손놀림의 더딤, 더딘 악보 외우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연습에 매진한다. 
무대에 서면 여전히 떨린다는 이들은 떨림 뒤에 오는 성취감 때문에 색소폰 연주는 떨림이자 설레임이란다. 
이들의 꿈은 70대 색소폰 연주단을 만드는 것. 그 꿈을 위해 오늘도 땅끝색소폰동호회 사무실은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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