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기술한 아버지 삶 저서 「흔적」
화원 청룡리 명천식씨 가족과 함께 출간

화원면 청룡리 명천식씨는 지난 4월 작고하신 아버지 故명광길의 삶을 기록한 책 「흔적」을 출간했다. 

 

 “내 아버지가 태어난 해인 1939년은 온 나라가 일본의 종살이를 하던 때이다. 어린 아버지 광길이의 눈에도 일본 순사들의 채찍에 등이 시뻘겋게 멍이 든 마을사람들이 보였다. 6‧25전쟁 때 초등학교 5학년인 아버지는 밤마다 학교를 지키는 야방을 섰고 마을 사람들 간 서로 갈려 죽이는 일도 봤다. 내 아버지는 이런 시대에 태어났고 사셨다. 내 아버지의 역사를 실력 없는 내가 기록하고자 한 것은 내 자식들에게라도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아버지의 삶을 집약해 엮은 책이 나왔다. 화원면 청룡리 명천식씨는 지난 4월 작고하신 故명광길 아버지의 역사를 남기고자 책「흔적」을 출간했다. 
책에는 아버지가 생전에 남겨놓은 글과 자료도 실렸다. 책에는 군대를 다녀오고 20대에 썼던 아버지의 회고록, 근면성실하게 기록한 가계부도 있다. 
할아버지가 일본순사에게 채찍질 당하는 모습을 숨죽여 보며 벌벌 떨었다는 아버지, 생전에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 가족들 먹이려 6월이면 바다에서 자애를 잡던 아버지 등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명 씨가 아버지의 삶을 책으로 내고 싶었던 것은 2013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고 부모님 세대의 삶이 근현대 역사임을 새삼 느꼈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해방을 겪었던 아버지의 삶 자체가 역사였다. 
그동안 아버지의 역사를 정리해오던 명 씨는 가끔씩 가족 SNS에 글을 썼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여동생이 이걸 책으로 엮어보자고 제안했다. 
명천식씨는 “어릴 땐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가 싫었다. 독재적이셨고 학교 갔다 오면 들에서 일하라고 시키셨다. 그땐 가난해 그런 게 당연했던 시절이었지만 아버지께 서운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나이가 먹으니 걷는 것마저도 아버지를 닮아갔다”고 말했다.
책「흔적」은 가족 이야기다. 온 식구가 한 페이지씩 글을 쓰며 함께 만든 책이다. 1남4녀 남매가 아버지께 드리는 글, 손주들이 할아버지께 드리는 글 등 가족의 애정이 묻어있다. 
책에는 서예작가로 활동하는 명천식씨의 서예작품도 실렸다. 아버지의 흔적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명 씨는 책에서 아버지의 근면한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남긴 가계부를 보면 얼마나 검소하고 근면하게 살아오셨는지 알 수 있다. 돌아가시기까지 평생을 일만 하셨던 아버지는 7년간의 투병 속에서도 초등학교 지킴이로 근무하셨다. 
명천식씨는 “이 책이 우리 집의 족보가 됐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 생전에 이 책을 보셨더라면 동네방네 자랑을 하셨을 텐데, 책이 나오고 가족들 모두 눈물을 많이 흘렸다. 아버지가 그립다”고 말했다. 
이 책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다.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소재로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한편 이 책은 300부를 초판 인쇄해 가족, 친인척 그리고 평소 부모님과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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