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면 연호리
신옥희 부녀회장

 

 “우릴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줬냐. 우리의 건강이 걱정돼 찾아와 줬냐”며 쥐어준 5만원 지폐, 또 한 어르신은 우리보단 부녀회원들의 건강을 더 챙기라며 20만원을 쥐어줬다. 
집이라는 공간에 갇힌 어르신들이 얼마나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우리들이 찾아갈 때마다 자신이 잊혀지지 않고 세상과 끈이 이어지고 있음에 어르신들은 감사해했다.
매월 1회 어르신댁 죽배달을 위해 부녀회원들이 모였다.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이지만 코로나19에서의 죽은 의미가 달랐다. 죽이 어르신들을 세상과 연계시키는 매개체였고 평소 만나던 그리운 얼굴을 보는 날이었다. 
코로나19는 우리뿐 아니라 어르신들의 삶을 무척이나 움츠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노인들을 위해 나섰던 죽봉사는 마을을 더욱 단단히 뭉치게 했다. 서로가 필요한 존재, 함께 마을을 이끌고 가는 유기적 존재, 공동체임을 일깨웠다.   
코로나19에서 부녀회원들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매월 어르신들의 집에 배달될 죽을 쑤기 위해 시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고 직접 배달했다. 
또 수시로 찾아 건강을 체크하고 어르신들과 세상과의 끈을 잇기 위한 작은 행사도 마련했다. 어르신들의 어릴적 추억이 깃든 4km 저수지 둑에 해바라기를 식재했고 활짝 핀 해바라기 길로 소풍을 떠났다. 
어르신들과 함께 어릴적 학교 운동회에서 했던 고무신 던지기, 오자미 던지기 등을 하며 잠시나마 일상을 돌려주려 노력했다. 
5월 효도잔치도 열었다. 5월은 농번기철이었지만 우린 다시 의기투합했다. 2019년 미남축제는 부녀회에 할 수 있다는 용기와 경험을 심어줬다. 
우린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팔았는데 장사도 잘됐지만 함께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효도잔치에 어르신들은 모두 노래도 부르고 선물을 나누며 잠시나마 일상을 찾았다. 
어르신들을 위한 난타교실도 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집에만 갇혀있던 어르신들이 회관에 모여 난타를 배웠다. 깔방석을 두드리는 난타수업을 그렇게 좋아하실 줄 몰랐다.
교복입고 한 졸업식, 다들 소녀처럼 좋아하셨다. 
추석 명절 때 마을사진 전시회 때 어르신들이 교복 입고 촬영한 졸업식 사진이 걸렸다. 자녀들이 너무 좋아했다.    
3월 청보리 축제가 코로나19로 취소되자 5월에 규모가 축소된 황금보리축제를 열었던 것도 일상을 찾기 위한 힘겨운 노력 중 하나였다. 
수제맥주 공장 건립준비부터 연호 수제맥주 홍보, 연호 새싹보리분말, 보리미숫가루 등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도 함께했다. 죽봉사에 고맙다고 쥐어준 어르신들의 쌈짓돈에 연호마을기업 및 마을기금을 더해 장학금으로 키워 황산중에 전달했다.
코로나19는 어르신들도 우리도 서로를 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키워줬다. 몸은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로 묶여 있지만 마음은 더 가까워졌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졌다.  
코로나19는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알게 해줬다. 그 일이란 그저 일상으로만 치부했던 소소한 삶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소중한 삶을 찾아가면서 우린 서로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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