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 전문 조각가 귀촌
박창호씨, 미술관 계획도

송지면 치소마을에 귀촌한 박창호 작가는 30년째 통나무 조각가의 삶을 살고 있다.
송지면 치소마을에 귀촌한 박창호 작가는 30년째 통나무 조각가의 삶을 살고 있다.

 

 송지면 서정리 치소마을, 나무조각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이자 숙제라고 생각한다는 박창호(56) 작가가 1년여 전 귀촌한 곳이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 별것 남기지 않고 가는 우리네 삶을 바라보며, 아버지와 할아버지, 선조가 나고 자란 이 땅에 자신이 잘하는 나무조각을 남기고 싶었다.
 박 작가는 “나에게 10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솜씨 좋은 목수로서 작품 몇 개를 남겨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해남에 내려와 완성한 작품은 50여 점. 작품에만 몰두하며 밤낮없이 작품활동을 했다.
 나무조각을 해온 지난 30년, 톱을 들기 위해 친구도, 술도 없이 수행자처럼 작업에만 인생을 썼다. 나무귀신이 들었다는 김재환 스승에게 20대에 사사 받아 평생 나무조각가의 길을 걸었고, 현재는 전국에서 통나무 조각으로 여인상과 다과상을 만드는 전문 작가가 됐다.
 300~500년 된 통나무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영겹의 시간이 쌓여 그의 손끝에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탄생했다.
 박 작가의 대표 작품은 여인상과 다과상이다. 느티나무, 팽나무, 혜화나무, 살구나무 등 다양한 통나무의 선을 살려서 작업한 것들이다.
 300~500년 묵은 나무들은 저마다 나이테를 자랑하는데, 그의 작품엔 여인의 몸이 유연한 나이테로 더욱 아름답게 살아난다. 박 작가의 여인상은 무겁고 날카로운 전기톱으로 표현했다기에는 너무나 섬세하고 부드럽다.
 박 작가는 나무조각은 다시 덧붙일 수가 없기 때문에 정교하게 작업한다. 제대로 된 하나의 형태를 만들기까지 수백개의 조각을 버렸다.
 나무가 충분히 마르지 않으면 갈라짐이 생기기에 5년 건조된 나무에 일차적으로 모양을 만들고 또다시 말린다. 8~10년 건조를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을 가지고 정성을 쏟아야만 하나의 온전한 작품이 탄생한다.
 박 작가의 다과상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300년 된 통나무를 전기톱으로 다리까지 전체를 조각한다. 정성으로 수 번 수년에 걸쳐 작업해야 작품이 탄생한다.
 차는 향으로 마신다는 말처럼, 박작가가 만든 팽나무 다과상에서 차를 마시면 향과 세월을 함께 마시게 된다. 그의 작품을 받아본 이들은 작품에 감동을 받아 무릎을 꿇
고 차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박 작가는 매일 작품을 만들 수 있음이 감사하다. 이 시간이 너무 고맙고 살아 있는 게 눈물이 난단다.
 그는 “뼈가 휘고 굳은살을 4~5일 마다 깎아내는 고통이 있지만 인내하는 삶을 살면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죽고 나서라도 우연히 내 작품을 만난 누군가가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해 한다면 그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해남읍에 미술관 부지를 마련했다. 철저히 수행자처럼 살며 오로지 나무조각만을 혼을 담아 만들어낸 그의 미술관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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