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면 징의리 바다화가 김향희(59)씨는 바다를 업 삼아 사는 어민이다. 김씨에게 있어 그림은 세상과 소통하는 치유의 매개체였다. 탄생된 작품들은 어촌의 삶이 담겨있어 따뜻하다. 그녀의 소재 선택은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들이다. 딸과 함께 굴을 까며봤던 징의리의 힘찬 파도, 가족들과 눈 속에서 놀았던 기억, 방파제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 눈썰매, 뒷동산 등 모두 김씨의 주변 이야기들이 소재가 된다.
 어릴 적 그림을 좋아했던 소녀는 40년이 지나서야 다시 붓을 들었다.
 그녀가 유화에 빠져든 것은 번호에 알맞은 색을 칠해 그리는 피포페인팅 그리기 세트를 자녀에게 선물 받고나서부터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미술에 대한 소질이 있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학교를 마칠 수 없었다.
 그는 “한동안 잊고 살았지만 건강이 나빠지면서 의사에게 취미생활을 권유받았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바로 그림이었다”며 “어린 시절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면 선생님께서 꼭 내 그림을 게시판에 붙여놓으셨던 기억이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꿈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었던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붓을 들자 가장 응원하는 이들은 가족들이었다. 자녀들이 선물한 물감, 붓으로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려 보여주면 격려해주는 것도 가족들 몫이다. 작품 속에는 가족들의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피포페인팅으로 벚꽃 세트 작품을 완성한 김씨는 단순히 색만 칠하는게 아니라 직접 그리기 시작했다.
 배운 적도, 그림 관련 책을 보거나 흔한 전시회 한번 간 적도 없다. 바다에서 일하다 보니 시간이 없어 독학으로 혼자서 그림을 그린 지는 3년이됐다.
 김씨의 집 2층 다락방에 마련된 작업실에는 20여점의 작품이 모여있다.
 솜씨 좋다는 소문이 나자 지인들이 집을 방문하면 그림을 달라고 하는 바람에 집에 남아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는 “차근차근 내가 그리고 싶은것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마을의 풍경과 마을 청년들의 어업 장면, 주변의 모습들을 앞으로도 화폭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앞으로 목표는 그림을 보며 쉬었다 갈 수 있는 전시실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건강도 많이 회복하고 활력을 찾은 그는 전시실을 지어 누구나 옹기종기 잠깐쉬며 감상하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싶단다.
 김씨는 “추억 속 이야기를 그림에 남기며 내 삶의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며 “자녀들에게 엄마가 시기 시기마다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 그림에 삶이 투영되고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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