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색채서 독보적 존재
장애, 서각 앞에서 자유

현대서각의 아름다움을 독창적인 입체예술로 표현하는 이양삼 작가가 올해 추사체를 작품에 새겼다.
현대서각의 아름다움을 독창적인 입체예술로 표현하는 이양삼 작가가 올해 추사체를 작품에 새겼다.

 

 현대서각의 아름다움을 독창적인 입체예술로 표현하는 이양삼(70) 작가. 그의 서각은 남다르다. 안정된 아름다움, 파격적이지만 전통적 예술혼이 담겨있다. 젊은 나이에 사고로 휠체어에 의존하게 된 그의 삶은 서각을 만나면서 새 문이 열렸다. 
서각을 한 지 20년, 그는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서각 작가다. 그는 구도와 색채, 작품 표현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10년간 한국서각협회 해남지부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7월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원로예술인으로 등록됐다. 
20년 전 송태정 목사를 만나며 예술에 깊이 빠졌다. 장애를 잊고 오로지 두 팔에 의지해 서각을 한다. 작품을 하려면 엄청난 힘이 소요돼, 고통을 참으려 늘 진통제 두 알을 삼킨다. 
올해 그는 새로운 작품 세계를 표현했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나무에 새기는 작업이다.
우연히 추사체로 쓰인 병풍을 선물 받은 이 작가는 그 글씨에 빠져들었고, 나무에 새기게 됐다. 
이 작가는 추사체를 새기기 전, 추사의 삶을 돌아봤다. 양반이자 정승인 추사, 제주로 유배까지 갔던 그의 삶을 돌아보고 나서야 글을 새길 준비가 됐다. 삶을 이해하고 작품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추사체는 개성이 강한 서체로 각이 지고 비틀어진 듯하면서도 파격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글씨 자체로 예술이 되는 추사체를 나무에 새기기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는 올해 추사체 작품 5개를 만들었다. 
특히 낙관을 새기는 작업에 고도의 집중력을 기울였다. 낙관 작업은 칼이 무뎌지기 때문에 가장 주의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는 휠체어에서 일상생활을 하기 때문에 체력이 있는 주로 오전에 서각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작업 구상을 했다.
욕창이 도질까 선뜻 칼을 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는 작품할 때 자유를 느낀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제 살을 깎아 먹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욕창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피해야 하지만 작품을 할 때면 그런 생각일랑 잊게 된다.
이양삼 작가는 예술에 깊이 빠져 오로지 두 팔로 장애를 잊고 살았다. 그는 가장 건강할 때 개인전을 열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의 예술과 열정의 결집체, 추사체 작품은 해남문화예술회관 해남서각협회전에서 오는 1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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