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당산마을서 꿈틀
창작품, 중고잡화도 취급

지난해 11월 해남살이를 시작한 김희수씨와 최차영씨는 당산마을에서 ‘슈퍼 도토리’ 공간을 마련해 재미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계곡 당산마을에 재미난 상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해남살이를 시작한 김희수(38)씨와 최차영(27)씨는 당산마을에서 재미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슈퍼 도토리’라는 이름을 붙인 이 공간은 이제 시작단계로, 재미난 것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어르신들에게는 평범한 슈퍼이지만, 다양한 청년들이 모이는 독특한 공간이다. 물건을 파는 슈퍼마켓이면서 중고잡화, 창작품도 팔고 그림도 그린다. 
최차영씨는 “해남에서 재밌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마을에 슈퍼 도토리를 열면 숨어 있는 재밌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며 “도시 친구들이 놀러 오고, 누구나 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다람쥐와 도토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두 사람은 마을에서 살고 싶어 해남에 내려왔다. 도시에서 살았지만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수원에서 살던 집은 상가가 됐다.
두 사람이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원에서부터다. 동네에서 놀며 동네이야기 책을 만들기도 했다. 동네친구를 사귀고 싶어 수원에서는 다람쥐작업실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작업실은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공간이었다. 
또 동네사람들, 개, 고양이에게도 애정을 가지고 책과 만화에 이야기를 담았다. 마을 할머니들이 폐식용유를 이용해 만든 비누가 팔리지 않자 예쁜 디자인으로 비누 패키지를 만들기도 했다. 
다람쥐와 도토리는 동네에서 노는 게 재미있었고, 이제는 해남에서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계곡초 어린이들이 질문하고 기록하는 당산마을 생애사 책과 옥천 마을순환자원지도를 편집했다. 자연스럽게 마을에 시선을 두고 천천히 스며드는 과정이다. 앞으로는 해남에서 만나는 사람, 이야기를 담은 웹툰도 그릴 예정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방향성은 ‘자유’다. 익명의 자유, 과거와 지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세우지 않아도 되는 삶이 좋단다. 이들은 청년을 그 자체로 소중히 존중하는 마을을 만났다. 계곡면 비슬안, 넉넉하고 포근한 마을이 우리를 필요로 해준다는 느낌이 좋았단다. 
두 청년에게 정해진 틀, 계획은 어울리지 않는다. 인생이, 마을이 이들을 해남으로 불러들였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빈집을 만나면서 집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느낌이 들어 조금씩 고치며 살아가고 있단다.
다람쥐와 도토리는 “귀농귀촌정책에 해당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시골살이에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헤쳐나가고 있다.  운 좋게 천사 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해남에서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토리 차영씨는 손으로 하는 일들이 좋다. 그림을 그리고, 직조를 짠다. 산책하며 조금씩 모아온 쓰레기들로 남다른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높은 애정, 관심을 가진 이들은 어느 것도 버려지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버려진 쓰레기에도 애정을 갖고 남들이 보지 못한 가치를 발견한다.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을 포착하며 기록하고, 조명하는 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천천히 일구고 싶다. 두 사람은 나 자체로 존중받는 해남에서 천천히 따뜻한 삶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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