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코스모스로 치장
황산면 연자마을 연기섬

해남에서 처음으로 설화를 바탕으로 한 꽃밭이 황산면 연자리에 탄생했다.
해남에서 처음으로 설화를 바탕으로 한 꽃밭이 황산면 연자리에 탄생했다.

 

 황산면 연자마을(이장 윤재표)에 연기낭자를 위한 유채꽃밭이 생겼다. 해남에서 처음으로 설화를 바탕으로 한 꽃밭이 탄생한 것이다.
황산연기도공동체와 황산면이 조성한 연기낭자 꽃밭은 연기섬 주변의 1만5,000여평 규모의 유채꽃밭으로 주민들은 올해 1월부터 트랙터 8대를 동원해 가며 작업을 했다. 
연자마을 주민들은 유채꽃이 지는 오는 6월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씨앗을 파종한다.
그리운 임을 기다리다 바다에 투신한 연기낭자가 마지막에 입었던 샛노랑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상징한 꽃들이다. 연기낭자 설화는 해남 대표 설화 중 하나이다. 조선이 개국한 14세기 말엽, 나라를 잃은 고려 선비가 애첩인 연기를 데리고 황산면 연자리로 내려왔다. 선비는 매일 석양이 질 때면 연기낭자를 데리고 마을 앞 작은 섬 연기도로 건너가 망국의 한을 달랬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의 임금이 중국의 사신으로 가 달라며 선비를 불렀다. 선비는 연기낭자에게 반년이면 돌아올 것이란 약속을 하고 연자마을을 떠났다. 모든 슬픈 설화가 그렇듯 임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려를 멸망시킨 조선의 사신으로 중국엘 가는 자신의 처지가 한스러웠던 선비는 사신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던 중 서해바다에 몸을 던진 것이다. 선비의 죽음을 전해 들은 연기는 그날 밤 선비를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노랑저고리에 연분홍 치마를 꺼내입고 연기도로 건너가 서해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다. 이후 연자마을 사람들은 마을 앞 작은 섬을 연기도라 부르며 연기낭자를 추모했다.
연기낭자의 슬픈 이야기가 깃든 연기도는 간척사업으로 지금은 들녘 가운에 서 있는 섬이 됐다. 그동안 버려진 듯한 연기섬은 올해 들어 연자마을 주민들에 의해 아름다운 꽃밭으로 변모했다. 올 여름에는 울긋불긋 코스모스와 샛노랑 해바라기가 연기섬을 물들이게 된다.

 

 

 

 

 김성훈 전문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