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성장, 오히려 공동체 혼란
시스템 변화와 개선점 뒤따라야

 해남에 불어온 주민자치 바람, 이제는 열기가 조금 식으면서 과도기에 따른 성장통을 동반하고 있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지방차지의 주체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최근 주민의 자율성보단 행정 편리성이 우선시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면 자치위원은 “주민자치는 행정이 아닌 주민 스스로의 의지와 자율성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함에도 주민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관리·감독하는 주체가 행정이라는 점에서 이미 갈등은 예고된 일이었다”며 “더욱이 중간조직인 주민자치지원센터까지 만들어 지원에 나섰지만 결국 자율성을 요하는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숙제 검사’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체계화된 행정 시스템이 주민들의 움직임마저 메뉴얼화 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에 주민자치를 키워 맞춘 부작용도 크다는 지적도 있다.
B면 자치위원은 “행정의 전형적인 특징은 모든 업무에 있어 숫자와 결과가 중시된다. 몇 명이 참여했고, 비목에 따라 예산편성이 잘 되어 있는지, 결과적으로 보여줄 것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즉 시스템 자체가 자율성을 답보하지 못하는데 주민들의 창작과 자율성을 관리·감독·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자치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짜여진 시나리오와 사업계획’, ‘자율성 없는 예산편성’, ‘지역과 동떨어진 교육과정’, ‘중간조직의 행정화’ 등 부정적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행정의 입장에서는 투명성과 성과를 위해 당연히 수반돼야 할 과정이 오히려 주민들의 자치활동에는 독이 된 셈이다.
공동체 뿌리가 약한 상태로 진행된 주민자치 활동이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체란 뿌리가 자라기도 전, 성급하게 진행된 주민자치(위원)회의 움직임이 오히려 세력 분산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읍에서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한 주민은 “공동체의 뿌리는 마을공동체에 있다. 즉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그러한 공동체가 모여 자연스럽게 주민자치회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마을공동체 성장 없이 상부조직만 덩그러니 놓인 느낌이다”고 말했다.
지금 해남의 주민자치는 몹시 혼란스러운 상태다. 14개의 주민자치(위원)회 중 제대로 성장하는 자치회는 손에 꼽을 정도다. 주요 문제로는 내부적 세력다툼, 밖으로는 사회단체와의 갈등, 또 역량을 키우지 않고 행정의 지원만을 기대하는 자치회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곳곳에서 터지는 갈등과 혼란 탓에 순수한 열정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들마저 힘이 빠지는 실정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주민자치사업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 점도 있지만, 분명 갈등의 씨앗도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성과의 유무가 아닌 개선점을 파악하고 민관이 함께 합리적인 협력 방안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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