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김옥련 조산원 개원
10년간 보건소 분만실 근무

해남읍의 베이비붐세대 대부분은 김옥련 산파의 손을 거쳐 세상을 만났다.

 

 해남에서 가장 많은 신생아를 손으로 받은 이는 누구일까. 
1944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40년 가까이 해남의 출생아들을 직접 손으로 받아낸 인물. 30대 이상 해남군민들 중 그녀의 손을 거쳐 태어난 이들은 부지기수다. 서너명의 형제들 모두 그녀의 손에서 태어난 집도 많다. 
김옥련(1922~1995), 그녀의 이름은 해남에서 특별하다.  
근대적 병원이 들어서기 전 아이들은 각 가정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까지도 그랬다.
해남에 병원이 들어선 것은 일제강점기, 송봉해가 설립한 고려병원 한 곳이었다. 이때는 위독하지 않은 이상 병원에서의 출산은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이러한 때 일본으로부터 해방되기 1년 전인 1944년 해남에 조산원이 개원했다.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건 김옥련 조산원이었다. 
김옥련은 해남읍 매일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김옥련 조산원을 개업했는데 당시 산파일은 가정으로 찾아가 분만을 돕는 일이었다. 분만을 돕는 일은 낮과 밤이 없었다. 산모가 진통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가야 하는 직업, 부르면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당시엔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도 굉장히 화제였다. 하루평균 5~6곳, 많을 땐 그 숫자도 훌쩍 넘겼다.  
1960년대 이후 해남종합병원 전신인 제중병원이 개원하지만 김옥련 조산원은 여전히 바빴다.
당시는 의료보험제도가 없었기에 조산원을 찾는 이들이 많았고 또 병원에서도 분만을 도와달라며 그를 부르곤 했다. 해남읍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가 김옥련의 도움을 받아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1985년 해남군청 앞에 있던 해남군보건소가 해남우체국 앞으로 이전을 하는데 이때 보건소 내에 분만실을 갖춘 모자보건센터가 신설됐다. 모자보건센터가 생기자 보건소는 해남최초 산파인 김옥련을 영입했다. 
모자보건센터가 문을 열었던 1985년 8월 조산원은 김옥련 혼자였고 그해 35명의 아이들이 보건소에서 태어났다.   
이때는 의료보험이 큰 직장에만 적용되고 민간의료보험이 실시되기 전이라 가격이 저렴한 보건소 분만실이 인기였다. 1986년 보건소 모자보건센터가 알려지자 산모들의 방문은 더 이어졌고 이에 해남군보건소는 4명의 조산원을 더 채용하게 된다. 1986년 한해 보건소에서 태어난 아이만 674명이었다.
또 당시 해남에 해남종합병원 산부인과와 문산부인과 등이 존재했지만 1년에 1,000여명 이상이 태어나는 아이들을 전부 감당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보건소 분만실은 언제나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김옥련 산파의 손길도 언제나 바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해남인구가 급속히 줄고 의료보험이 보편화되면서 보건소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보건소 분만실은 1993년까지 운영되는데 1985년부터 1993년까지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2,166명에 이르렀다. 이중 대부분 아이들이 김옥련 산파의 도움으로 세상을 맞았다. 
해남군보건소에서 함께 근무했던 후배들은 김옥련 조산원은 자신의 일에 애착과 책임감이 강했고 산모들에겐 언제나 따뜻했다고 기억했다. 
그렇다면 그에 손에 의해 태어난 신생아는 몇 명일까. 조산원을 운영하던 때 월 150여명 이상을 받았다고 하니 보건소 분만실 근무까지 합하면 만단위는 될 듯 싶다.
해남최초 공식 산파였던 김옥련은 당시 보기 드문 여성 엘리트였다. 
목포 간호전문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문학인이자 기독교 신자였던 금성 김연태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해남과 인연을 맺게 됐다.  
김옥련은 산파 일을 하면서 남편 김연태를 수원농대에 진학시키는 등 남편 뒷바라지와 함께 자식들 교육도 도맡아 했다. 해방 후 1세대 문학인들은 김옥련에 대해 고된 산파 일을 하면서도 집으로 찾아오는 문학인들을 언제나 밝고 따뜻하게 맞이하는 등 당찬 여성으로 기억한다. 
그는 해남읍교회 여신도회장과 권사를 지냈고 전남도연합회 여신도 회장, 새마음봉사단 해남군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 1979년 자랑스런 어머니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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