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라면 어디든 찾아 공부
해남읍 김정빈 어르신

평생 공부를 놓지 않은 92세 김정빈 어르신은 30년이 넘도록 한자공부를 이어오고 있다.     
평생 공부를 놓지 않은 92세 김정빈 어르신은 30년이 넘도록 한자공부를 이어오고 있다.     

 

 만학의 나이에도 한자 사랑은 계속된다.
해남읍에 거주하는 김정빈씨는 92세의 나이에도 한자수업이 열리는 날이면 정신이 또렷해진다. 삼호학당과 노인종합사회복지관 고사성어 수업은 물론 시낭송대회에도 출전할 정도로 여전히 한자사랑이 넘친다.
한자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한 때의 혈기에서 시작됐다.
김씨의 한자공부는 30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김씨의 직업은 영어교사였다. 
그는 한국이 해방하던 1945년 우수영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목포 문태중학교를 거쳐 문태고등학교를 1회로 졸업했다. 
그 뒤 전남대 정치학과 3회 졸업, 춘천법원에 서기로 합격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사법고시에 도전했지만 빈번히 낙방하면서 판검사의 꿈을 접었을 때, 마침 초등학교 영어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시험에 도전해 합격한 것이 35년간 초중 영어교사로 이어졌다.
그렇게 65세에 학교를 정년퇴직하고 취미로 시작한 것이 한자 공부다. 
당시 한자 강사로부터 ‘중국의 한자는 몇 만자에 이른다’라는 말을 듣고 모든 한자를 다 외워야겠다는 혈기로 도전한 것이다.   
그렇게 계속된 한자공부는 2018년과 2019년 해남에서 주최한 시낭송대회에서 윤선도 ‘오우가’, 김시습 ‘매월당’ 등을 낭독해 대상과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쌓였다.
30년이 넘도록 한자 공부를 계속하고 있지만 한자를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김정빈씨는 “당시에는 한자를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젊었을 때야 머리 회전이 빨랐지만 지금은 공부한 만큼 까먹기 때문에 취미 정도로만 즐기고 있다”며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고 말한다. 
한자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지 한자를 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시를 살았던 성인의 철학을 이해하는 과정이기에 배움에는 끝이 없단다.
2008년부터 이어온 노인종합복지관 강좌가 끝나면 집에서 컴퓨터로 바둑을 두거나 남은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 하루일과다. 
김씨는 “생각해보면 평생 공부하는 삶을 살고 있는 듯 하다. 부유했던 부모님 덕에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며 “100년도 못사는 것이 인간의 인생인데, 요즘 외국에서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끌려나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우울증이 찾아와 심리적으로 많이 지쳤는데 그나마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삶에 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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