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부터 지금도 기록
북평 서홍 역사 한눈에

북평면 서홍마을 이성학 이장(사진 우측)과 주민들이 1962년부터 매년 기록해온 ‘서홍리 세입세출대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북평면 서홍마을 이성학 이장(사진 우측)과 주민들이 1962년부터 매년 기록해온 ‘서홍리 세입세출대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북평면 서홍마을에 예로부터 내려오는 보물이 있다. 1962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기록해온 ‘서홍리 세입세출대장’이다. 
서홍리 이성학(62) 이장은 “우리 마을에서만 내려오는 책으로 61년간 기록돼 마을 역사책이나 다름 없다”며 “우리마을 보물”이라고 말했다. 
세입세출대장은 1962년부터 1980년대까지는 주로 한자로 기록되다 1990년대 들어서는 한글로 기록됐다. 매년 딱 1번만 쓰기 때문에 마을주민들도 세입세출대장이 진귀하다. 
1976년부터 3년간 이장을 맡았던 박연홍(79) 어르신은 “이런 장부가 있는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고 우리 동네가 옛날부터 마을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했다”고 말했다. 
박일남(92) 어르신도 마을의 기록이 등장하자 옛 기억을 더듬어본다. “옛날에 학봉이 영빈이, 영운이가 많이 썼어. 그 시절에는 대필도 했지.”
1962년 9,350원이었던 마을 잔고가 2억2,000만원까지 불었으니 그간 이장들이 살림을 알뜰히 했나 보다. 
매년 12월29일이면 마을 연말총회를 하는데 1년 동안 세입세출을 결산하고, 새로운 이장 및 임원을 선출한다. 결산을 앞두고 딱 한 번 기록하는 세입세출대장, 대부분의 이장들이 매년 한장정도 기록을 해왔다. 
세입세출대장에는 1원까지도 정확히 기록돼 있고 각 장마다 도장이 많이 찍혀있다. 이장, 지도자, 개발위원장, 어촌계장, 청년회장 등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8개까지, 결산인들이 보증하는 의미의 도장을 찍었다. 
이 책을 보면 서홍마을의 역사도 눈여겨볼 수 있다. 예로부터 서홍마을에서는 마을품삯을 기록했는데, 마을주민 간 논의해 매년 마을에서 일괄적으로 품삯을 정한 것이다. 
또 마을 공용 탈곡기로 보리를 탈곡했는데 기계가 고장 나서 고친 기계수리비, 모비루 등이 기록돼 있다. 
과거 서홍은 145호 400여명의 주민들이 살았을 정도로 큰 마을이었고, 마을에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서홍마을은 마을 자체 사업으로 연쇄점과 이발관을 운영했는데, 1980년도 기록을 보면 수익금이 168만원이었다. 지금은 빈 건물로 남아있지만 과거에는 성행했을 정도로 마을에서 잘 됐다. 
또 마을 공동작업장을 활용해 석화채취 수익을 냈고, 이곳에서 마을 대소사를 치렀는데 주로 피로연과 초상을 마을에서 치르고 수입을 올렸다. 2015년까지 마을에서 초상을 치렀을 정도로, 마을내 공동체가 여전히 살아있다. 
또 마을 주민, 향우들의 기부금 내역도 기록돼 있다. 마을에서는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냈다. 
세입세출대장은 각 장마다 쪽번호가 적혀 있어 찢을 수 없으며, 매년 책임감을 가지고 작성한다. 그동안 61년간 기록해왔으며, 앞으로도 장수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어서 30년은 거뜬히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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