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
(해남우리신문 편집인)

 

  1년 예산 1조원 시대, 해남군 1년 예산은 전국 군단위 최고액이며 목포시에 버금가는 예산 규모이다.
해남군의 예산증액은 국가 공모사업을 그만큼 타왔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많은 예산에 대한 군민들의 체감정도이다. 예산규모가 늘어난 만큼 군민들의 삶의 질의 변화, 해남군의 변화발전에 대한 체감이다.
이제쯤 국가공모사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먼저 짚고 가야할 것은 해남군이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성이다. 신안군처럼 1도1뮤지엄인지, 제주처럼 탄소중립도시인지, 순천처럼 정원도시인지 지향하는 목표가 명쾌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목표설정이 중요한 것은 그 목표에 따라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며 목표에 따라 지자체의 역량이 집중되고 그에 따른 변화를 함께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쾌한 목표설정이 없는 국가공모사업은 자칫 핵심이 없는 다양한 사업만 나열될 수 있다. 또 국가공모사업의 한계는 건물 중심, 즉 시설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150억, 200억 공모사업 대부분이 시설투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해남군의 대외적 이미지는 땅끝이다. 그러나 엄밀히 땅끝은 지명일뿐 해남대표 브랜드가 아니다. 대표브랜드가 되려면 땅끝 관련 이미지가 다양한 분야로 확장돼야 한다. 
15년 전 땅끝경관 용역에서 땅끝을 색으로 이미지화하자는 안이 제시됐다. 신안군의 퍼플섬 같은 이미지화를 제시했지만 당시 해남군은 숱한 상징물 건립을 고집했다. 땅끝에 숱한 상징물을 넣으려는 욕심은 지금에 이르러 세계의 땅끝공원에 이어 또 빛의 사업이 추진되는 등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나의 상징물이 주는 시너지는 놀랄만큼 크다. 서울시가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에 세계적인 건축가 조병수 작가를 섭외하고 신안군이 스위스 출신인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를 섭외한 것은 상징성이 갖는 무게 때문이다. 땅끝의 토목공사와 같은 상징물 건립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다. 인문정서가 전혀 없는 개발중심의 땅끝관광은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또 다른 시설물을 넣은 악순환을 낳고 말았다.   
개발중심의 관광정책은 우수영권과 대흥사권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수영의 한옥관광촌은 규모만 어마어마할뿐 정서적 공감대란 전혀 없다. 명량해전이 일어난 현장에 경남 통영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삼도수군통제영 같은 건물의 음식점이라니.    
 대흥사권도 마찬가지다. 50억원이 투입된 미로파크 등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인데 이곳에 두륜산 생태 힐링파크가 조성된다. 
순천시는 국가정원에 이어 순천시 자체를 정원도시로 탈바꿈하는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신안군도 1도1뮤지엄을 목표로 지자체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관광객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해남군의 관광정책은 이들 지자체에 비해 투입되는 예산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관광사업에는 1개 사업당 100억원이 넘은 예산이 투입된다. 그동안 땅끝권에만 수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또 해남군은 타 지자체에선 이미 빛바랜 빛을 가지고 땅끝과 금강골을 꾸미겠다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년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해남군 관광정책의 성공사례는 있는가. 
해남군은 현재 기후변화에 대응한 국립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 건립에 이어 솔라시도 기업 도시내에 탄소중립 에듀센터, 지역거점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생태공원숲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해남형 ESG정책 중 환경분야인 탄소중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 정책은 전 산업분야에 투영돼야할 사업이다. 부산시와 제주시가 15분 도시를 표방한 것도 탄소중립에 맞춰 도시를 재설계하겠다는 정책이다. 이와 달리 해남군은 탄소중립에 반하는 주차장 확장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남읍에는 35곳, 1,189대 면적의 주차장이 조성돼 있고 또 289대를 주차할 주차장 4곳을 신설계획이다. 탄소중립을 표방한 지자체는 주차장을 줄이고 걷는 도시로 재설계한다. 또 읍내 순환버스를 운행한다. 해남군이 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로 탄소중립정책을 중요 지표로 설정했다면 그 목표가 각종 사업으로 확장되고 투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방향성 설정 없는 각종 공모사업은 이를 관리하기 위한 숱한 비용과 관리인원을 발생시킨다. 현재도 해남군은 다양한 중간조직에 이어 각종 시설물 신설로 인원이 충원되고 있는 상태다. 
해남군은 수억원을 들여 해남군 장기발전 계획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다. 그 용역 속에 해남군이 나아갈 비전 제시가 없다면 용역은 용역으로만 끝난 것이다. 만약 용역안에 비전이 제시돼 있다면 그 비전에 맞게 행정역량과 예산이 집중돼야 한다.
민선 7~8기 들어 해남군은 많은 변화를 맞고 있다. 전국 최초 농어민수당에 이어 해남사랑상품권 유통 1위, 지자체 쇼핑물 중 해남미소의 최고 판매액 등 농어민과 소상공인 지원정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또 민원서비스 질도 높아졌고 군민과의 소통도 강화됐다. 일하는 공직사회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젠 해남군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방향이 명쾌해야 사업도 그 방향으로 집중되고 군민들도 변화의 바람을 공감하고 체감하게 된다. 
공무원들이 고생해서 타온 국비확보, 그 노력만큼 해남군에 변화를 불러오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