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면 금평마을 한글교실
평균연령 80세 할머니들

해남군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화원 금평마을)

 

 주주심(81) 할머니는 요즘 길을 걷다 문득 간판도 읽어보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 안내판 글자도 눈으로 더듬어 본다. 
 해남 강강술래공연단에서 주축 멤버로 활약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재주 많기로 유명했지만 6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동생들 업어 키우느라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한글교실은 할머니의 서러움을 단숨에 씻어 줬다. 
 올 3월부터 시작된 금평마을 한글교실에는 현재 11명의 할머니들이 한글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은 1학년 2학기 수준의 읽고 쓰기이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의 열정은 사뭇 진지하다. 가장 어린 68세의 이정임 할머니부터 최고령 88세 김연엽 할머니까지 평균나이 80세, 할머니들은 3년 과정의 한글교실을 반드시 졸업하겠다고 굳게 약속도 했다. 
 지도를 맡고 있는 김병주, 김은정 문해교육사는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하는데 거의 결석이 없을 정도로 어르신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며 “어린 학생으로 돌아가 배움의 기쁨을 알아가고, 인생에 자신감을 다시 찾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해남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육은 지난 2018년 3개소 30명으로 시작해 올해는 171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해남읍의 평생학습관을 비롯해 12개 읍면에서 53개 교실까지 확대됐다. 
 특히 평생학습관에서 가까운 읍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학습자나 면 지역 거주자를 위해 마을회관은 물론 학습자 집으로 찾아가는 교육도 실시해 교통이 여의치 않은 군민들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꿈보배 학교의 주요 과목은 국어와 수학, 생활하면서 가장 큰 불편함을 겪어온 문자 읽기, 쓰기, 셈하기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습자 수준에 맞춰 편지 작성, 음악과 미술, 스마트폰 활용 등 생활 문해교육을 병행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문해교육에 대한 군민들의 호응에 해남군은 내년 개교를 목표로 초등학력 인정 문해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형태의 문해학교를 설립해 안정적인 학습환경을 구축하고, 교과과정 확대 등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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