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 지연 영인본 제작도 난항
군민들, 운영 포기 지적도

 고산윤선도박물관 제2전시실 폐쇄가 장기화되는 등 박물관 운영 문제가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남군이 고산윤선도박물관 운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윤선도박물관에선 국보 240호인 공재 윤두서 자화상를 비롯해 많은 유물들을 볼 수 없다. 지난 8월 이후 종가 측에서 박물관 제2전시실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박물관 유물 소유권을 가진 녹우당 종가에선 박물관 운영이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해남군은 윤선도박물관 내 수장고에 어떤 유물이 있는지 유물 리스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녹우당 종가 측과 수장고 및 전시관 열쇠를 각각 보관하면서 해남군은 녹우당 종가의 허락 없인 어떠한 전시기획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는 오는 10월31일 끝나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도 영향을 미친다.  
 해남은 공재 윤두서로부터 시작된 남도수묵의 발상지이자 조선후기 회화의 시작점이다. 남도 수묵과 녹우당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에 해남군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통해 해남이 남도 수묵의 원류임을 적극 피력하며 2025년에 열리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선 특별전이 아닌 본전시 유치를 노리고 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린 목포와 진도군은 남농 허건이 활동했던 공간과 소치 허유가 집거했던 운림산방을 비엔날레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수묵의 뿌리를 강조하며 수묵비엔날레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녹우당의 유물에 대한 영인본 전시마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남군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해남군은 현재 고산윤선도박물관 작품의 디지털아카이브 사업과 영인본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아카이브 작업은 막바지에 있지만 영인본 제작 사업은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유는 영인본에 대한 전시 및 소유권에 대한 정식협약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남군은 지난 9월 협약서 내용을 보냈지만 아직 종가 측의 답장이 없다. 더 지연된다면 영인본 제작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예총이 매년 개최하는 공재문화제도 고민이 크다. 녹우당 종가 측에서 윤두서 자화상 및 공재 명칭 사용에 대해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자 지역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미술 관계자 A씨는 “100억원이 넘는 건축비와 수억원의 운영비가 매년 나가는데 박물관은 여전히 폐쇄돼 있다”며 “운영을 종가에 아예 넘기거나 정식협약이 이뤄지기 전까지 해남군은 박물관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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