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해역, 어란 양식장 전체 70% 해당
162명 어민들, 바닷일 외 해본일 없는데

 만호해역 김양식장을 잃어버린 송지면 어란마을, 외국인 노동자도 절반 가까이 떠났다. 또 겨울철이면 사람들로 붐비던 편의점과 식당 등 지역 상권도 크게 위축됐다. 
본격적인 김 위판이 시작되면서 다른 어촌계는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송지면 어란 어촌계는 어느 때 보다 씁쓸한 겨울을 맞고 있다. 
 지난 8일, 송지 어란항 수협위판장이 모처럼 사람들로 붐볐다. 올 하반기 중 가장 많은 물김이 위판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경매 진행 호루라기 소리와 경매가를 확인하기 위해 몰린 어민과 주민들, 수협 관계자들 간의 수다가 오갈텐데 지금은 공기가 무겁다. 만호해역 분쟁으로 올해 김양식을 포기한 어민들이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유진영 어란어촌계장은 “50대 이하 청년 대부분이 만호해역에서 양식을 해왔는데 당장 일자리가 없어졌다. 대부분 3억~5억의 대출금이 있는데 당장 막아야 할 액수가 커서 파산 위기에 있는 청년도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면허지가 사라졌기 때문에 담보 자체가 소실돼 추가대출도 힘든 상태다.
만호해역을 잃은 어란어민 162명 중 일부는 궁여지책으로 어란 인근 포자이식 양식장에서 40줄의 양식장을 임시로 운영 중이다. 포자이식 자리는 물김 생산에 적합하지 않아 평소 포자 이식 외에 쓰지 않는 곳이다. 
 조류가 약하고 수온이 높아 작황은 물론 생산량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시 양식장마저 없는 어민들은 다른 주민들의 양식장에서 바닷일을 돕고 있다. 만호해역이 차지하던 비율은 어란어촌계 양식장 전체의 70%에 해당, 남아있는 30%의 바다에선 아무리 애써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당장 11월 중순부터 만호해역에서 물김이 생산되는 시기인데 할 일이 없다는 것에 대한 허탈감도 크다. 
 올해 만호해역 김양식을 포기한 어민 A씨는 “바다일 외에 해본 일이 없다. 그렇다고 밭이나 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막일이라도 해볼 생각이다. 
 어민들 모두 올해는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생각이지만 내년도 꼭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어 모두들 힘들어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양식장 규모가 대폭 줄거나 양식장이 사라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절반 가까이 떠났고 어란마을 편의점과 식당 등 상권도 크게 침체된 분위기다. 
 한편, 어민들의 대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해남군수협은 어란어민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예비비를 편성, 대의원회의를 거쳐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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