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 부호리 구순합동잔치
첫 마을 한글교실 동창생

해남읍 부호리 노인회에선 90대 마을 어르신들의 합동 생신잔치를 열었다.
해남읍 부호리 노인회에선 90대 마을 어르신들의 합동 생신잔치를 열었다.

 

 13년 전 해남읍 부호리에서 해남 최초 한글교실이 열렸다. 당시 마을이장이었던 최명환씨는 이장 선출과 동시에 가장 먼저 한글교실을 추켜들었다. 마을 할머니들을 위한 한글교실에는 32명의 할머니들이 입학했다. 
최명환씨는 공책과 지우개, 연필을 선물하고 공책에는 65세 할머니는 6학년 5반, 82세면 8학년 2반이라는 식으로 학년과 반을 매겨 나눠줬다.
그리고 매일 오전 그날 써야할 글씨를 숙제로 내주고 오후 5시면 어김없이 숙제를 점검하며 ‘수고하셨어요’라고 적힌 도장을 찍어줬다. 
3년 후 한글교실로 인해 그야말로 벽지인 부호리에는 많은 변화가 일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할머니들에게 생긴 활기와 자신감이었다. 받침까지는 섭렵하지 못했지만 부호리 할머니 모두 한글을 뗐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해남우리신문이 마련한 산골마을 할머니 도서관이 부호리에 차려졌고 자원봉사자들이 찾아가「똥강아지」책 등을 읽어주곤 했다. 
13년 전, 부호리 한글교실 학생들이었던 할머니들은 99세 최고령자를 비롯해 대부분 90대가 됐다. 또 당시 60대 이장이었던 최명환(78)씨는 70대가 됐고 마을이장에서 마을노인회장으로 직책이 바뀌었다.
지난 11월22일 부호리 마을에서 합동 구순 장수잔치가 열렸다. 마을노인회장이 된 최명환씨가 제일 먼저 추켜든 일이었다. 구순 잔치의 주인공은 세 분의 할아버지를 제외한 한글교실 학생들이었다. 아쉬운 점은 13년 전 한글교실에 입학했던 30여명의 할머니 중 9분 만이 구순잔치를 맞았다.
다른 마을의 경우 합동 구순잔치는 청년회 내지 부녀회에서 마련하는데 부호리 구순잔치는 노인회에서 마련했다. 구순이 아직 안된 노인분들이 직접 장을 보고 젊은 부녀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장만해 마을주민들과 나눈 것이다. 또 따뜻한 내복을 선물하고 케잌을 마련해 다함께 ‘생신축하합니다’를 불렀다.  
최명환 노인회장은 “한글교실 이후 10년 동안 많은 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살아생전 따뜻한 식사대접 한번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며 “지금껏 마을을 일구고 지킨 분들이기에 이분들을 돌보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고 말했다. 
최 노인회장은 이어 “코로나19 이후 마을회관이 활기를 잃었다”며 “예전의 한글교실처럼 어르신들이 회관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운동하며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호리는 41가구로 인구는 60여명, 이중 90대가 11명에 이르러 장수마을로 꼽힌다. 합동 구순잔치에는 해남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케잌과 과일을 준비해와 함께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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