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옥·전방후원분·생활유적 발견
군의회 예산 삭감, 조사연구 늦어줘

마한시대 해남은 송지 및 현산면 일대 백포만권과 계곡면 둔주포, 북일면 일대 등 3개의 권역에서 각기 다른 해상세력이 해남바다를 발판삼아 성장했다.
마한시대 해남은 송지 및 현산면 일대 백포만권과 계곡면 둔주포, 북일면 일대 등 3개의 권역에서 각기 다른 해상세력이 해남바다를 발판삼아 성장했다.

 

 마한시대 해남엔 몇 개의 나라가 있었을까.
해남 고고학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던 계곡면 일대가 심상찮다. 계곡면 둔주포 일대에선 수정옥과 다량의 토기편이 발견되고 해상세력 수장의 무덤인 전방후원분도 확인됐다. 수정옥은 마한시대 수장이 착용했던 위세품이다.  
해남의 마한역사는 송지면 군곡리 등 백포만 일대를 중심으로 발굴과 학술연구가 진행됐고 지금은 북일면 일대에서 발굴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 하나의 전방후원분
 
그런데 2022년 철도공사로 인해 계곡면 일대에서 심상찮은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성간 철도공사 구간인 계곡면 월암리에서 마한시대에 해당되는 대규모적인 고분군이 확인됐고 이에 해남군은 계곡면 일대에 대한 정밀지표조사를 실시했는데 마한인들이 생활했던 패총지가 덕정리에서, 또 인근에서 대형급 전방후원분이 확인돼 학계를 놀라게 했다. 
전방후원분은 북일면 방산리 장고분과 삼산면 용두리에 이어 해남에선 세 번째 발견이다.
이에 해남군은 올해 계곡면 덕정리 일원에서 시굴조사를 실시했는데 수정옥과 마한시대부터 백제시기에 해당되는 다양한 토기편이 나왔다. 
대형 고분인 전방후원분을 조성했던 해상세력의 취락유적일 가능성이 높은 유적지였던 것이다.   

풀리기 시작한 수수께끼

해남 고대사의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 수수께끼란 옥천면 성산 일대에 분포된, 만의총이라 불리는 고분군락지이다. 
왜 바다가 아닌 육지 깊숙한 곳에 해상세력의 고분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을까. 답은 계곡면 둔주포였다.
둔주포를 중심으로 국제해상무역을 전개했던 해상세력이 옥천천과 계곡천을 통해 육지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강진~옥천 간 4차선 확포장 공사에서도 확인됐다. 옥천 흑천리 토광묘에서 13점의 화천 꾸러미가 나왔다. 
화천은 중국 신나라(기원후 8~24) 때 발행한 화폐로 고대 해상교역로와 발굴유적의 연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또 이때의 화천은 화폐의 기능보단 지배층의 위세를 상징하는 위세품이었다. 
모두 긴급 구제발굴을 통해 나온 마한시대 유물 및 유적이다. 

 

마한시대 수장이 착용했던 위세품인 수정옥.  

 

둔주포, 국제해상무역항

그렇다면 왜 둔주포를 중심으로 해상세력이 활동했을까.
마한시대 교통수단은 배였고 당시 배는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돛단배였다. 특히 해남바다는 중국과 가야, 일본이 반드시 거쳐가야 했던 길목이었다. 그런데 이 중요한 바닷길에 암초인 울돌목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의 배는 먼 길을 갈 때는 계절풍을, 연안항로는 썰물과 밀물을 이용해 움직여야 했는데 울돌목은 썰물과 밀물을 이용해야만이 건널 수 있었다. 
따라서 일본과 가야 등지에서 출발한 배는 현산면 백포만항에서 배를 정박한 후 계절풍과 함께 물때를 맞춰 울돌목을 건너야 했고 반대로 중국 또는 백제에서 출발한 배는 계곡면 둔주포에서 정박한 후 물때를 맞춰 울돌목을 건너와야 했다. 
울돌목을 사이에 두고 백포만과 둔주포가 마한시대 국제항구로 발전한 이유였다. 
특히 둔주포는 영산강 초입에 위치해 있다. 영산강은 해남바다와 연결된 하나의 하구다. 해남바다를 통해 들어온 선진 문명이 영산강을 통해 나주와 영암의 마한세력으로 전파됐는데 그 초입에 둔주포가 위치해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마한 소국

해남의 마한유적은 고분군 중심인 나주와 영암 등과 달리 생활유적이 풍부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백포만권인 송지면 군곡리에선 지도자의 집터를 비롯해 창고, 소도, 가마터, 철과 옥 제련시설 등 마한 당시를 알 수 있는 풍부한 유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마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알 수 있는 전국 최고의 연구자료를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유적이 둔주포 일대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동안 해남에는 송지면과 현산면을 끼고 있는 백포만권과 북일지역에 각기 다른 마한 소국이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특히 백포만권은 마한 소국 중 하나인 신미제국(침미다례)의 터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마한소국이 둔주포를 중심으로 활동했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특히 둔주포 인근 덕정리 패총지는 송지면 군곡리와 같은 마한시대 생활유적일 가능성이 높고 또 전방후원분의 발견은 학계를 숨죽이게 했다. 
계곡면 전체를 놓고 더 세심한 지표조사와 발굴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예산 삭감으로 연구 늦어져

이에 해남군은 계곡 둔주포를 중심으로 성장한 마한세력을 이해하기 위해 전남도 공모사업을 통해 예산을 편성했지만 해남군의회는 제3회 추경에서 계곡면 덕정리 유물산포지 시굴조사 2억7,000만원, 계곡면 정밀분포조사 연구조사 3,000만원을 삭감해 버렸다.
해남의 고대사 연구는 나주 및 영암에 비해 너무 늦게 출발했다. 그러다보니 학계의 연구논문도 빈약하다. 
지표조사와 발굴작업이 활발히 추진돼야 그에 따른 연구논문이 쏟아지는 것이다. 
아쉽게도 해남의 또 하나의 마한소국일 가능성이 큰 계곡면 일대 연구는 늦어지게 됐고 유물의 도굴 및 훼손도 걱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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