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 서홍 박권진씨
동네 유일 낙지잡이

북평 서홍리 앞바다에서 40년 동안 낙지잡이를 이어온 박권진씨가 밤이 되자 바다로 나선다.  

 

 북평면 서홍리 박권진(65)씨는 낙지주낙 40년 베테랑이다. 오후 4시가 되자 게를 주낙 틀에 묶는다. 주낙 한 틀에 묶이는 게는 보통 300마리, 10년 전만 해도 10만원 이상의 미끼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 중국 양식 참게가 들어오면서 3~4만원이면 미끼 작업이 끝난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바다로 나선다. 같은 시간 북평 서홍 앞바다에 낙지잡이 배가 하나둘 모인다.
지난 12월4일, 밤 기온이 차갑다. 추운 날씨 탓에 이날 바다에 떠 있는 낙지잡이 배는 10대로 줄었다. 
하나둘 존재감을 알리듯 배들은 빨간색 조명을 바다에 띄운다. 6시가 되자 해는 빠르게 지고 이제는 걸려 올라오는 낙지를 뜰채로 걷어 올리면 된다. 
그런데 오늘은 추운 날씨 때문인지 손맛이 영 나질 않는다. 한번 줄을 걷어 올릴 때마다 10여 마리는 낚아야 하는데, 박씨는 수온이 떨어지고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서란다. 
이렇게 첫 구간에서 허탕을 치고 다른 포인트로 향했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
기자를 향해 “손님이 오면 귀신같이 알고 안 올라와”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작업을 이어가지만 40년 베테랑도 날씨는 어쩔수 없나 보다.  
박씨가 처음 낙지잡이를 시작한 때는 40여년 전. 당시에는 서렁게(칠게)를 잡아 도자기 파편으로 만든 주낙에 묶어 사용했다. 
게를 잡는 일부터 주낙을 만드는 작업까지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편한 세상이란다. 한 명은 노를 젓고 한 명은 주낙을 걷어 올려야 하는 과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이다.
낙지 철이 한창때면 서홍리는 물론 완도와 북일 등 낙지를 잡기 위해 모인 선박으로 바다가 가득 찬다. 최근에는 완도에서 낙지잡이를 전업으로 귀어한 청년들의 소식도 자주 들린다. 
다만 서홍마을에서 낙지잡이를 하는 이가 이제 박씨 혼자 남았다는 것이 조금 서글프다. 그래도 시간 대비 수익에 비하면 이만한 일도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박씨는 “보통 어업권과 선박 구입까지 하면 5,000만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어느 정도 숙달되고 성실하게 바다에 나가면 한해 수입으로 그 정도 수익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저녁시간 잔잔한 바다에서 홀로 낙지를 잡는 동안은 머리도 맑아지고 잡념도 사라진다. 거기에 수입도 생기니 이만한 직업도 없다”고 한다.   
서홍리 앞바다는 박씨가 40년 동안 헤집고 다닌 놀이터다. 그래도 매일 나갈 때마다 바다는 새롭다. 손바닥 보듯 훤한 곳임에도 간혹 걸리는 주낙이 얄밉단다. 
낙지잡이 배를 띄운 지 30여분, 이제야 한두 마리씩 낙지가 올라온다. 
저녁 8시가 넘어서자 세상은 온통 고요함이다. 바다는 깜빡이는 불빛과 물살을 가르는 모터 소리만 남았다. 
낙지잡이는 3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가을철에는 8월부터 12월 초까지로 이제 끝물이다. 박씨는 내년 봄을 기약하며 12월 한겨울의 바다를, 주낙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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