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 일등여인숙
절임배추 철에만 만실

1982년도에 지어진 해남읍 고도리 ‘일등여인숙’은 40년 넘게 그 자리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여인숙이 있다.
해남읍 고도리에 위치한 ‘일등여인숙’. 1982년도에 지어진 이곳은 40년 넘게 그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여관과 모텔, 호텔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춘 숙박업소가 등장하면서 해남의 여인숙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운영하는 곳으로는 이곳이 유일하다. 천변 인근에 ‘금강여인숙’이 있지만 손님이 없다 보니 잠정 휴업상태다.  
일등여인숙에는 여전히 이곳을 찾는 손님, 그리고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장이 있다. 일등여인숙은 연로한 부모님을 대신해 도시에서 내려온 딸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 운영을 도맡으면서 10년간 어려움도 많았다.
몇 년 동안 숙박 가격을 유지하다가 올해 가스비, 전기세를 고려해 가격을 소폭 상승했다. 1박 가격은 2만5,000원, 달방은 30만원이다. 
가격이 가장 저렴한 숙소로 서민들이 애용했던 이곳 여인숙은 여전히 방만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으로 사용한다.
ㄷ자 형태의 건물이 있고 방 앞에는 긴 쪽마루가 설치돼 있다. 나무문을 열면 방안에는 이불 한 채, 티비, 전기장판이 전부다.
단촐한 방안의 물건만큼이나 이곳을 찾는 이들의 짐도 단촐하다. 주로 배낭 하나, 혹은 짐가방 하나를 들고 오는데 갈아입을 옷가지가 전부다.
주인장은 이곳을 마지막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객지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저마다 다양한 사정이 존재한다.
주인장은 이곳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포용한다. 때때로 돈이 없어 일하고 숙박비를 내겠다는 손님도 받아들이는데, 어려운 사정을 알기 때문이다. 
주인장은 주말이면 때때로 부침개를 부쳐서 손님들과 나눠 먹으며 정도 나눈다. 
예전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과거의 영광은 기억 속 저편에 있다. 
주로 이곳 여인숙에는 객지에서 와서 돈을 버는 이들이 가장 저렴하게 묵고 가는 편인데, 시골에 일이 줄어들면서 찾는 이들도 점차 줄었다. 
“과거에는 진도나 완도에서 다른 도시를 갈려면 꼭 해남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머무는 손님들이 많았지. 특히 멀리서 장을 보러오는 손님들이 그 전날부터 여인숙에서 묵곤 했는데 이제는 교통이 너무 발달하다 보니 오는 손님들이 없어.”
또 여름에는 냉방시설을 갖춘 숙소를 찾거나, 야외노숙을 하는 이들이 많아 손님이 없다. 여름 내내 방 1~2개가 나갈까 말까, 기나긴 비수기를 지나 지금 딱 이맘때면 일등여인숙이 모처럼 북적인다. 
절임배추 철이 돌아오면 전국 각지에서 일을 찾아온 이들이 이곳 달방에 머문다. 
딱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한 달간 10개의 방이 꽉 차는데 외국인, 내국인 손님이 다양하다. 
새벽 4시면 일하러 나가기 위해 하나둘 일어나 공용 샤워실을 이용하고, 간이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이제 마지막 여인숙이지. 우리가 사라지면 이 아저씨들이 갈 데가 어딨어. 여관은 하루 4만원인데 이제 갈 데가 또 없어지는 것이지.”
가장 싸고 허름한 여인숙에는 삶의 고단함이 진하게 배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잠시나마 편안하고 간절한 쉼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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