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신은 17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당대 최고의 풍수지리학자였다. 고산 윤선도의 고모부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선조는 벼슬을 내려 자신의 옆에 붙잡아 둘만큼 이의신을 신뢰했다.이의신은 해남군 마산면 맹진리 태생으로 재미있는 전설을 많이 남겼다. 이의신이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의신이 마산면 맹진리(다른 자료에는 송석리)에 있는 서당에 가는 길에 소녀를 만난다. 그녀는 어떤 소녀보다 예뻤다. 소녀가 다짜고짜 의신을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자신의 입속에 든 구슬을 의신의 입에 넣어 주었다. 의신은 엉겹결에 구슬을 물었다. 소녀의 부드러운 입술과 매끄럽고 향기로운 구슬로 의신은 거의 의식을 잃었다. 
점점 야위어가는 의신을 불러내서 이야기를 들어본 서당 훈장이 말했다. “소녀는 백 년 묵은 여시가 분명하다. 너의 정기를 다 빨아먹으면 여우는 사람이 되겠지만 너는 그날로 죽게된다. 구슬을 입에 넣어 주거든 꼭 물고 서당으로 도망쳐 오너라. 그것이 네가 살 길이다.”
다음 날도 어김없이 소녀는 나타났다. 의신은 스승의 말대로 구슬을 물고 도망쳐 나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서당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입속의 구슬도 꿀꺽 삼키고 만다. 이를 본 훈장은 의신에게 “구슬을 입에 물고 넘어질 때 무엇을 봤느냐”하고 물었다. 의신은 “땅을 봤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훈장은 “하늘과 땅을 둘 다 보았으면 하늘의 섭리와 땅의 이치를 아는 당대 최고의 인물이 되었을 텐데 땅만 보았으니 지관 하나만 탄생하겠구나”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용의 여의주 비슷한 구슬이 여우의 입에도 있는데, 정철이나 송시열도 여우의 구슬을 삼켜서 훌륭한 인물이 됐다고 전해온다. 이의신에게 구슬을 뺏긴 후 여우가 울면서 넘은 고개가 ‘아깻재’였다. 여우는 99일 동안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었기에 이의신을 하루만 더 붙잡았으면 사람이 될 참이었다. 100일에서 하루가 부족해 사람이 될 기회를 놓친 여우는 얼마나 아까웠겠는가? 그래서 여우가 “아깝다! 아깝다!” 소리친 다음부터 그 고개를 ‘아깻재’라 부른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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