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 1세대 미모이발관
면도 때문에 단골은 여전

해남읍 평동리 미모이발관에서 손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미장원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때 해남엔 200여 곳에 이르던 이발소가 있었다. 하루 많게는 2명의 이발사가 80명이 넘는 머리를 손질했고 머리만 감겨주거나 면도만 전문으로 하는 종업원도 필수로 뒀다. 
하지만 현재 해남에 남아있는 이발소는 46곳, 이마저도 문을 열지 않는 곳도 있는데다 가까운 지인들의 머리만을 만져주는 정도의 영업만 이어가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이발소를 이용하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이유는 이발소에서만 받을 수 있는 기술, 면도 때문이다. 이발소의 면도는 단순히 수염만 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 12월26일 방문한 읍 평동리 미모이발관, 면도가 한창이다. 먼저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 전체를 감싸고 5분 정도가 지나면 면도거품을 충분히 바른 후 구렛나룻부터 면도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마, 볼, 귓불, 턱, 눈꺼풀, 광대 등 얼굴에 난 솜털의 제거에 이어  콧털과 귓털도 청소해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면도는 기계의 힘을 절대 빌릴 수 없는 이발소의 능력을 평가하는 영역이란다. 
40년 된 미모이발관 역시 손님이 점차 줄고 있다.
박병선(73) 이발사는 “이발사는 손 떨리면 끝나는 직업인데 손님이 먼저 안다. 따라서 1세대 이발사는 대부분 은퇴하거나 은퇴를 준비 중이다”며 “지금 찾아오는 분들 대부분은 30~40년 된 단골들이다”고 말했다. 
또 “예전엔 면도만 하러 오는 손님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발과 함께 면도를 하러오는 손님들이고 내국인은 줄어든 대신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70년대부터 1990년 초,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장원이다는 확고한 영역이 있었다. 어린 남자아이들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발소로 향했고 키 작은 아이들을 위해 이발소에는 항상 빨래판이 놓여 있었다. 
의자 손잡이 사이에 빨래판을 걸치면 ‘딱’ 어른의 키높이로 맞춰지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많던 이발소는 1990년대 중반 들어 조금씩 감소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 2020년대 들어 복고풍의 유행으로 포마드를 발라 연출하는 리젠트, 언더컷, 퐁파두르 등의 스타일이 전국에서 유행하면서, 복고풍 바버샵이 다시 생기고 있다는 점은 이발사를 준비하는 이들에겐 유일한 위안이다.
한편 해남에 남아있는 이발소는 해남읍에 19개소, 송지면 3개소, 황산 4개소, 북평‧문내 3개, 북일‧옥천 2개소, 나머지 면은 1개소, 산이면은 이발소가 아예 없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