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해남우리신문 편집인

 

 김대중은 민주화투쟁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야당과 재야사회운동세력뿐 아니라 보수 진영 내 비주류 세력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김대중의 정치노선은 1997년 DJP연합을 출범시켰다. 
한마디로 김대중의 정치노선은 이 모든 과정을 민주화 이행 과정으로 보았고 민주화는 영웅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국민의 참여와 실천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었다.  

1인의 백 걸음보단 만인의 한걸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기  행사의 제목도 ‘하나로 미래로’였다. 
이낙연 신당, 신당 창당의 명분이 거대 검찰독재가 아닌 민주당 내부의 사당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나의 목표로 단결했을 때 역사는 늘 진보의 길로 나아갔다. 
그러나 역사는 내부의 갈등과 투쟁으로 퇴보하는 것 또한 반복돼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부 갈등의 주 내용은 권력투쟁을 위한 명분, 자신의 논리에 갇힌 사람과는 대화하지 말라는 말처럼 너무도 답답한 명분에 갇힌 논리 때문에 우리는 병자호란이란 치욕의 역사도 맛보았다. 
명분에 갇힌 논리 때문에 조선시대 숱한 당쟁의 역사도 우린 알고 있다. 
논리에 갇힌 주자학이 조선을 병들게 하고 결국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역사를 후세에 안겨줬다는 것을 우린 역사에서 배웠다.

중국 전국시대, 천하를 놓고 7웅이 할거하던 시대, 진나라가 먼저 강자로 떠올랐다. 
이때 나왔던 전술이 소진의 합종가이다. 힘이 약한 6개국이 싸우고 대립하는 것보단 연합해 진나라에 대항하자는 외교술. 
힘이 약했던 조, 한, 위, 제, 초, 연 6국은 소진의 합종가로 강대국 진(秦)나라의 동방진출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진나라가 장의의 연횡설을 들고 나왔다. 
6국의 동맹을 분쇄하고 각각 화친하는 외교술이다. 진나라의 연횡설에 혹하니 넘어간 6국은 결국 각개격파를 당하고 만다. 
거대한 적을 앞두고 있을 때는 뭉쳐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술을 버린 결과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에 입문해 호남에서 국회의원 5선을 했다. 

문재인 정권 때 호남 안배 차원에서 국무총리까지 했다. 호남에 빚을 진 정치인이자 그야말로 꽃길만을 걸어온 엘리트 정치인, 가슴보단 머리만 작동하는 너무도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치인이다. 
그러한 정치인을 우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서도 본다. 
성공한 엘리트 정치인이었던 안철수, 그의 사고구조는 ‘감히 너희들이, 감히 내게 이런 일이’이다. 
지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고구조, 모든 패배의 원인을 상대방에서 찾는 뇌 구조, 성공한 엘리트 정치인 이낙연 전 대표의 지금의 행보가 그러한 사고구조에 자꾸 오버랩된다. 
이낙연 신당, 민주화를 위해선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이들과 단합해야 한다는 김대중의 정치철학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이낙연 전 대표는 한때 거대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수장도 지냈다. 그 많은 의석수를 줬는데 국민의 숙원인 검찰개혁을 위해 무얼 했는가. 
한때 호남에 신당인 안철수의 국민의당 바람이 불 때가 있었다. 그때 국민의당에 합류했던 호남 다선 정치인 대부분이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그들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의 선택이 치욕이었음을 안다. 

김대중 탄생 100주년, 다시 그가 소환된 이유가 있다. 이 시기 그가 추구했던 민생과 민주화, 남북화해, 외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걸 위해선 그의 화합의 정치철학이 너무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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