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해남우리신문 편집인
박영자/해남우리신문 편집인

 

 해남‧완도‧진도 3군 국회의원을 지낸 윤재갑 예비후보가 예비후보 등록과 동시에 “헌정이래 해남출신 국회의원이 없는 시대를 또 다시 만들어 군민께 좌절과 실망감을 안겨드릴 수 없다”며 해남출신 예비후보들 간에 단일화를 하자고 요청했다.
해남출신 타 예비후보가 단일화를 주장했다면 모를까. 어제까지도 3군 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 웅군 해남의 자존심을 운운하며 해남출신 국회의원을 뽑자는 주장에 과연 해남 군민이 동의할까.

 또 오늘 당장이라도 단일화하자는 제안에 해남출신 예비후보들이 공감이나 할까. 
진도 출신 박지원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여러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해남출신 후보단일화 주장은 너무도 비껴갔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보자. 호남과 영남의 분열로 한국정치는 오히려 후퇴했다. 영호남 지역주의를 누가 부추겼는가. 박정희가 영구집권을 위해 분열을 획책한 결과이고 그 희생양은 호남이었다. 
분열시켜 통치하란 이념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오래된 식민통치 방식이고 이로 인해 한반도는 여전히 남과 북으로 갈려 있다. 
타 지역에 국회의원 자리를 줄 수 없다는 후보단일화 주장에 완도, 진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후보단일화는 거대 권력 앞에, 부당한 권력 앞에 힘이 약한 이들이 펼치는 전술적 측면에서 나온다. 노태우에 맞서 김대중과 김영삼의 후보 단일화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때는 군부종식이라는 간절한 명분이 있었다. 
해남군과 진도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되고 1명만을 뽑는 소선거구제로 바뀌면서 진도군은 지금껏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 말은 국회의원은 무조건 해남출신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이다. 

 그런데 해남‧진도선거구에 완도군이 더해진 제18대 총선에서 이 등식이 깨졌다. 처음으로 해남출신이 아닌 완도출신 김영록 후보가 당선됐고 이는 19대에도 이어졌다. 이에 제19대와 20대 총선에서 해남출신 후보들간 단일화가 거론됐고 실제 20대 총선에서 윤영일, 윤재갑과의 단일화가 성사됐다. 
그러나 그때의 단일화는 해남출신 후보 간의 단일화이기 보단 해남윤씨 종친 간의 단일화였다. 그런데 그 결과도 어떻게 됐나. 윤재갑 후보가 단일화시켜준 윤영일 전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에 몸담고 있다.  

 또 윤재갑 후보는 그때의 윤재갑이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완도‧진도 대표 국회의원으로 현장을 뛰었던 현역 국회의원이었고 지금도 완도‧진도에 가서 재선을 위해 밀어달라고 외쳐야 하는 처지이다.  
해남출신 국회의원을 뽑자고 아무리 외쳐도 제22대 총선은 해남 유권자들만 가지고 당선되기도 힘들다. 완도‧진도 유권자 수가 해남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며 또 지금의 총선 이슈는 해남이라는 지역주의가 아닌 검찰독재에 대항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이 깃든 선거이기 때문이다. 
검찰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 그러한 심정 앞에 해남출신 후보들간 단일화 주장은 시대의 정신을 너무도 읽지 못한 안일한 사고이다.

 그런데다 해남출신 후보 간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남‧완도‧진도 기자들을 불러 놓고 했다는 것도 너무도 어설프다. 그들의 펜이 가만 있겠는가.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왔을 때 광주전남은 너무도 조용했다. 언론의 인터뷰도 피했다. 역풍을 우려해서이다. 괜히 타 지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현재 진도군에서 진도출신 박지원을 지지한다는 성명서가 나오는가. 진도출신을 국회로 보내자고 공개적으로 말하겠는가. 그것이 정치이다. 

 박지원 후보에 대한 도덕성과 정치성향을 비판할 수 있다. 정책을 놓고 강한 비판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박지원의 국회진출을 막기 위해 해남이란 지역 틀에 해남 유권자를 가둬선 안된다. 그러한 틀 안에 해남을 넣어서도 안된다. 
윤재갑 후보는 현역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러한 저치에 있는 이기에 해남‧완도‧진도를 분리하는 사고는 더욱 위험하다. 또 재선에 성공하면 완도‧진도 군민들께 뭐라 말할 것인가. 
해남이 웅군이라면 웅군 출신답게 더 담대하게 처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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