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면 신방리 어르신 7인
생애사 기록 프로젝트 참여

                현산면 신방리 주민 7명의 구술 자서전 ‘눈물로 핀 할미꽃’이 발간됐다. 
                현산면 신방리 주민 7명의 구술 자서전 ‘눈물로 핀 할미꽃’이 발간됐다. 

 

 아픔을 품고 살았던 70~80대 어르신들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이야기를 세상밖으로 끌어냈다. 
가난이 불러온 부끄러운 과거, 아내에게 조차 말못한 사연들이 차곡차곡 쌓인 저서를 통해 어르신들은 그동안 잘 살았다고 다독이며 자신과 조우한다.    
현산면 신방리 주민 70~80대 어르신 7명의 구술 자서전 ‘눈물로 핀 할미꽃’이 나왔다. 

 마을공동체 사업의 하나로 진행한 ‘생애사 기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자서전 기록에는 신방리 주민 최경례(82), 김강철(81), 김재임(80), 양동임(77), 명명자(75), 서명자(75), 이권열(74)씨가 참여했다. 
사는 게 고달파 죽기로 마음먹었던 때의 이야기나 불우했던 가정사같이 숨기고 싶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또 자식 키우며 느꼈던 행복한 순간, 다시 태어난다면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자서전을 펴내는 과정에 참여한 서관순씨는 수업 진행, 글, 디자인 편집을 도맡았다.
이들은 그동안 다섯 차례 만나 나에게 편지 쓰기, 내 모습 그려보기, 인생 곡선 그리기, 그리고 각자가 살아온 다양한 삶의 이력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강철(81) 어르신은 “지지리도 가난해 월사금을 못 내 맨날 선생님께 매 맞았던 기억이나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쉬어버린 죽이라도 먹고 싶은데 눈치 보여 차마 먹지 못했던 어린 날의 이야기는 늘 부끄럽다고 생각했다”며 “아내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수업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하고 나니 홀가분해졌다. 마을 분들이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고생했다고 말해주니 안심이 되기도 했다”며 수업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70대, 80대 어르신들은 평소 하지 못했던 개인사를 드러내며 눈물짓기도 하고, 공감과 지지를 받으며 아픔으로 남아있던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최경례(82) 어르신은 “책 표지 사진을 찍을 때 교복을 입었는데 처음 교복을 입어보니 내가 10대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되는 줄 알았던 말들을 하고 나니 해도 되는 거였네 싶기도 하고 마음도 가볍고 좋았다”며 소감을 말했다. 
책을 받아든 서명자(75) 어르신은 “내 얘기가 실린 내 책을 받으니 눈물 난다. 생각도 못 한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는구나 싶어 기쁘다”고 말했다.

 수업을 맡고 책을 만든 서관순씨는 “대체로 70대, 80대 어르신들은 아픔을 품고 살았던 세대인데 드러내고 치유할 기회가 없었다”며 “자서전 수업을 매개로 상처를 꺼내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공감하면서 아픔이 치유되고 속사정을 잘 아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니 공감대 형성이 빨라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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