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댁 손막례 할머니
자식 주러 파래 채취

오랜만에 나선 북평 와룡 바다에서 삼성댁 손막례 할머니가 파래를 매고 있다. 
오랜만에 나선 북평 와룡 바다에서 삼성댁 손막례 할머니가 파래를 매고 있다. 

 

 사륜오토바이가 북평면 와룡마을 바닷가 노두길을 달린다.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니 두 손이 꽁꽁 얼어, 시뻘건 해가 바다 끝에서 올라와도 냉기가 가시질 않는다. 
“오메 어짜까 손 시렵다야. 라이타 갖고 와서 불 좀 피웠어야 한디 손 시려워 어쩐데.”
삼성댁 손막례(80) 할머니는 비닐장갑안의 꽁꽁 언 손을 옷 속에 넣어 녹인다. 한참 때야 날고 기던 갯일이지만 허리협착증으로 걸음도 걷기 어려워 몇 년 동안 바닷일을 못 했다. 그래서인지 눈앞에 바다는 더욱 아른거렸다. 
“갯꾼이 이라고 없어서 사진을 어찌 찍는데. 오메 이라고 사람이 없다냐.”
기자와 함께 바다에 나온 삼성댁은 수많았던 갯꾼이 너무도 줄었다며 한탄을 했다. 지난 1월16일 바다에 나온 갯꾼은 고작 3명. 그렇게 바다를 누비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 이제는 그 수가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삼성댁은 22살 때 북일 삼성에서 시집와 와룡에서 처음 바닷일을 했다. 
겨울이면 굴을 까 돈을 모으는 재미에 50년 넘게 갯일을 했다. 그동안 고된 갯일로 성한 곳이 없다. 
“여기까정 왔는디 파래 매고 가야제. 꿀도 없어지고 바다도 많이 변했단게.”
큰 대야를 허리에 동여맨 삼성댁은 걸음을 못 걸어 지팡이를 짚고 갯벌에 발을 디뎠다. 연신 허리를 숙여 파란 파래를 건져 올린다. 그동안 바다에 못 나와 주변에서 얻어먹고, 사먹었는데 오랜만에 나온 김에 양껏 해갈 심산이다. 

 와룡바다는 몇 년 전부터 많이 변했다. 그렇게 알이 여물던 굴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엄마들의 겨울철 쏠쏠했던 돈벌이도 없어졌다. 
갯일로 재미를 못 보고 있지만, 그래도 반찬을 하러 바다에 다니는 엄마들은 젊은 축에 속하는 70대다. 

 이 맛을 아는 이들은 찬 바람 불면 쌉쌀한 파래를 찾지만, 언제까지 이 맛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50년 이상 된 갯꾼들이 이제는 다리고 허리고 성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찬 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굴을 까고, 파래를 맨다. 자신들은 오랜 세월 자식들을 키워내느라 몸에 인이 박여 갯일을 하지만, 이 고된 노동을 젊은 사람들은 못한단다. 
힘들다고 못 하게 말리는 자식들 마음을 알면서도, 맛나게 먹는 자식들 생각에 바다로 나선다. 
“자식들은 못 하게 하는디 그래도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맴이여.”
몸은 힘들어도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반찬을 해주려고 한겨울 추위에도 바다에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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