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간 그 자리 그곳에
문내면 고당 ‘일성상회’

문내면 고당리 ‘일성상회’는 각양각색의 화분과 옹기가 손님을 대신 반긴다.  
문내면 고당리 ‘일성상회’는 각양각색의 화분과 옹기가 손님을 대신 반긴다.  

 

 문내면 고당리 마을점방인 ‘일성상회’, 간판은 없지만 여전히 길손을 반갑게 맞이하는 김영애(77) 사장이 있다.
김영애 사장은 이 가게를 52년 동안 운영해왔다. 지금은 가게를 찾는 손님이 뚝 끊기면서 가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간간이 찾는 사랑방 손님들을 위해 문을 연다.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손님들이 ‘커피 한 잔 합시다’라고 들어오면 문을 열고 커피를 내어준다. 지금은 누구나 커피를 무료로 뽑아먹고 몇몇 손님은 이따금 돈을 두고 간다.
김영애 사장은 “마을에 커피 마실 데가 없으니 여기서 모여 사람 구경도 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많아서 억씬억씬했고 인근에 상점이 20개나 됐을 정도로 큰 마을이었다”고 말했다.

 점방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음료수, 맥주, 베지밀 등 마실 거리 몇 가지다. 과거에는 농촌 새참으로 많이 찾았지만 이젠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사다 먹으니 시골 점방이 설 자리가 없다. 
고당마을에서 나고 자라 결혼해 쭉 이 마을에서 살아온 김 사장은 마을 사정을 잘 안다.
할아버지 때부터 마을에서 창고장을 했고, 주민들이 농사지은 고구마, 채소 등을 수매해 관리했다. 또 선두포 선창가에서 황산과 목포를 오가는 큰 배의 종선을 운영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대를 이어 마을에서 자랐고 인근 마을에 기술이 있는 남편을 만나 자전차포를 운영하며, 이 자리에 점방을 열었다.
자전거, 오토바이 빵구를 때우고, 농기계 수리를 했다. 김 사장은 이 점방에서 오며 가며 사람이 모이는 술과 안주도 팔았다. 

 옛날이야 등하교 시간이면 길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람이 많아 인산인해였다. 그러나 문내초등학교, 영명중학교가 폐교했고 마을도 많이 변했다. 
김 사장은 학교가 폐교하면서 버려진 그림, 사진 등을 가져와 점방 벽면에 전시했다. 그때 그 시절 어느 학생이 그린 해바라기, 들녘 풍경과 마당에서 일하는 아낙네의 사진 등이 이곳에 남아 있다. 
또 이젠 한산해진 마을 사랑방을 화분과 옹기가 자리를 채우고 있다. 빈집이 늘어가는 마을에서 옹기들을 모아 점방 주변을 꾸몄다.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이곳에 있다. 
나물반찬을 무치는 뚝배기, 물동이로 쓰던 저박지, 옹이, 약탕기, 액젓단지, 술독, 항아리 등 종류도 역할도 다양하다.
김영애 사장은 나무를 가꾸는 일을 취미 삼고 있어 가게 입구와 안, 마당을 가득 메운 화분이 200여개가 된다. 매일 꽃과 나무에 말을 걸며 사시사철 피는 꽃이 수십여 가지다. 이 꽃이 지면, 다음 꽃이 멍울을 머금고 꽃을 틔운다. 

 22년 전 암수술을 받았던 김 사장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나면서 그동안 건강을 관리해왔다. 2년 전 허리수술도 하면서 힘들었지만 늘 웃는 얼굴과 강한 마음으로 이겨냈다. 여전히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한다.
도롯가 그 가게는 오늘도 문을 연다. 52년째 마을 그 자리 그곳에서 자리를 지킨다. 
일성상회 : 문내화원로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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