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오롯이 그 자리
현산면 황산 ‘미성슈퍼’

현산면 황산리 ‘미성슈퍼’는 여전히 마을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문턱이 닿고 있다. 
현산면 황산리 ‘미성슈퍼’는 여전히 마을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문턱이 닿고 있다. 

 

 오며 가며 동네주민들이 발길을 멈추다 가는 곳, 현산면 황산마을에는 동네 사랑방이 있다.
“어디가? 오늘도 병원가?” 주인장은 바삐 걸음을 걷는 주민에게도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건넨다.
40년 넘게 점방을 운영해온 미성슈퍼 김애숙(72) 사장은 마을 소식통이자 홍반장이다. 
자식들을 키울 요량으로 오래된 고물상 자리를 고쳐서 슈퍼를 열었다. 그때만 해도 황산마을에 젊은이와 아이들이 넘쳐 바글바글했다. 물건을 사려면 다들 슈퍼로 다녔을 때니, 작은 가게 안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낙지, 라면 등 빠른 솜씨로 술안주도 만들어냈고, 식재료며 학생들 학용품도 팔았다. 
김애숙 사장은 “그때는 장사가 잘돼서 재미 좀 봤지. 오며 가며 사람들이 들어오니 자리가 없었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황산마을에는 지금도 73가구, 주민 162명이 거주하고 있어 시골마을에선 여전히 규모가 큰 마을이다. 세월이 변해 지금은 과자를 사 먹을 아이들이 없으니 주로 술, 음료수만 팔린다. 
미성슈퍼는 마을회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마을 행사에서 필요한 술이며 음료수 등은 이곳 가게에서 구입하니 그래도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시골 점방에서 그래도 자주 팔리는 물건은 음료수, 박카스, 콜라, 사이다, 물 등 마실 거리 위주다. 과거에는 농촌 새참으로 많이 찾았지만 이제는 시골 점방을 찾는 이들이 적다. 
김애숙 사장의 특기 상품이 있는데 바로 막걸리다. 김 사장은 근방에서 막걸리를 가장 잘 판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있다. 여름 농번기철이면 이집 막걸리가 잘 팔리는데 금세 동이 난다. 월, 수, 금요일은 새 막걸리가 들어오는 날이다. 
세제, 모기약, 식초, 휴지, 설탕, 아이스박스, 장갑, 숯, 통조림, 락스, 부탄가스 등도 가끔 찾는 손님들이 있다 보니, 구색을 맞추고자 갖춰놓고 있다. 
마을사람들이 오며 가며 들르는 슈퍼는 동네 사랑방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김애숙 사장의 인심이 묻어난다.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손님들이 ‘커피 한 잔 합시다’라며 들어오면 문을 열고 커피를 내어준다. 문 여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 손님들이 문을 두드리거나 부르면 문이 열린다. 
가게를 보다가도 점심시간이면 마을회관으로 달려가 어르신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마을에 젊은이들은 직장 다니느라 바쁘니 70줄이 넘은 자신이 젊은 축이라 여자노인당 식사 당번을 한단다. 마을에 사람들이 많다 보니 기본이 28명이나 된다. 
아들, 딸 이름의 한 자씩을 따서 지었다는 ‘미성슈퍼’는 벌써 40년 넘게 마을 길목을 지키고 있다. 작은 간판이 달려 있어 천천히 자세히 보아야 찾을 수 있다. 
김애숙 사장은 적지만 용돈 벌이가 된다며 80살까지는 이곳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란다.
미성슈퍼 : 현산면 황산리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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