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김정훈/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새해 들어서도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진압하는 소방대원의 희생이 멈추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 지난달 31일에는 경북 문경시 소재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날 오후 7시 47분경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 출동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에 투입됐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는 이 공장 건물 안에서 인명 수색 도중 고립됐다가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8시간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신고 접수 8분 만에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건물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에 관한 뉴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재난현장에서 순직한 소방대원은 40명 정도이다. 특히 화재 진압 도중 목숨을 잃은 소방대원은 무려 13명이다. 
이번 문경 화재로 순직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 지난해 12월 제주 서귀포시 감귤창고 화재 시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창고 붕괴로 순직한 임성철 소방장, 같은 해 3월 화재가 난 단독주택에 70대 노인을 구조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숨진 성공일 소방교, 2022년 1월 경기도 평택시 냉동 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시 잔불을 정리하다 고립돼 순직한 조우찬 소방교, 박수동 소방장, 이형석 소방교 등이 있다. 
소방관이 순직할 때마다 소방대원 인력 부족과 처우개선 문제가 매번 제기되지만 말잔치로 그칠 뿐이다. 소방청에서 지난해 7월에 발간한 ‘2023 소방청 통계연보’의 연도별 소방공무원 순직·공상자 현황(2012~2022)에 의하면 최근 11년 동안 47명이 순직했고, 5,235명이 공상을 당해 무려 7,282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더욱이 최근 3년간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소방관 10명 중 7명은 샌드위치 패널 건물의 화재 진압 도중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일은 소방대원의 역할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들의 희생에만 기댈 수는 없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안에 사람이 남아 있다면 소방대원들은 말 그대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선(死線)의 현장에서 생각이 앞서면 행동은 많은 제약을 받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수시로 급변하는 수직 고층화, 지하공간의 벌집화를 이룬 지하 심층화, 재난 규모의 대형화, 재난 양상의 다양화, 재난 구조의 복합화로 소방관의 활동 영역은 온통 지뢰밭이다. 반복되는 판박이 소방관 순직을 막기 위한 특단 대책이 화급한 현실이다.
과거에도 대형 화재로 소방관들이 희생될 때마다 인력 충원과 장비 개선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현장과 괴리된 땜질식 미봉책만 남발하다 보니 비극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방관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봉사하기 때문에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로 꼽힌다지만, 그저 말뿐이지 딱 거기까지다.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더 희생되지 않도록 더 깊은 고민과 더 슬기로운 지혜가 절실하다. 정부는 소방청이 스스로 숙원사업으로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소방청을 믿고 화재 안전 대응 지침과 조직 구조, 지휘 체계 등을 점검해 제대로 된 재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소방관의 처우와 작업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더 올리는 것도 당면한 현안이다. 인명 검색 로봇과 드론, 열화상 카메라 등 소방관의 현장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 장비부터 서둘러 확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임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바친 소방관과 유족에게는 합당하고 충분한 예우와 지원을 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오늘도 화재와 재난 현장에 출동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소방관을 응원하며 소방대원이 화재현장에서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전직 소방관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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