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석/변화를 만드는 디자이너
박주석/변화를 만드는 디자이너

 

 나라마다 고유의 대표 음식이 있고, 해남은 지형과 기후에서 비롯된 청정 식재료와 손맛 정성은 ‘바람까지도 맛있는 해남’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 속에 숨겨진 장금이의 음식은 무엇이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는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성찰해 보고 대안을 공유하고자 한다. 
현대인들은 체험과 관광을 목적으로 많은 도시를 선택 방문하게 되는데, 맛있는 경험은 다시 찾는 기회로 이어진다. 그래서 많은 도시들이 까탈스러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유혹한다. 그럼 잠재 고객들이 우리 해남까지 찾아오게 하는 숨겨진 매력은 무엇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먼저 Check 해보자.
1)해남은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자극할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가? 2)해남은 고객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잘 파악해 파고들고 있는가? 3)해남은 고객의 이성뿐 아니라 ‘정서’에도 적절히 호소하고 있는가? 4)해남은 고객들에게 ‘페르소나(persona)’를 보이고 있는가? 5)해남은 고객 접점에서 ‘여성적 공감대’를 잘 해주고 있는가? 6)해남은 고객의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가? 7)해남은 디자인을 각별히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가이다.
이것은 브랜딩에 필요한 원칙 중 하나로 더욱 중요한 것은, 내 집 앞 꽃나무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 숲을 생각하는 해남인의 대인의식과 결속(結束)력만이 기준이 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공유하고 싶은 대안은 이렇게 시작됐다. 작년 백련재에서 창작시간을 보낼 때이다. 작가들과 함께 앉은 식탁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받쳐 든 동백꽃 밥상 차림새는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인문 품격의 결정체로, 아! 이것이 천년 해남을 지켜온 힘이요, 꽃피울 해남의 저력이라 생각됐다. 
해남군을 상장하는 동백꽃은 ‘사랑의 고백, 붉은 열정, 부귀, 장수, 불변의 사랑’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는데, 꿀은 있지만 향기가 없는 이유는 해남인의 창의적 채움을 위한 하늘이 남긴 여백이 아닐까!
그 여백의 채움은 천년 해남의 뿌리로 시작할 때 공감대 형성은 더욱 커진다. 작년에 미남축제를 통해 발표된 이순신 밥상은 이름만 들어도 승리할 것 같은 긍정적 미닝을 낳는다. 이것이 좋은 브랜드 네임의 힘이다. 
여백을 채우는 방법론으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한국 문학의 비조(鼻祖)라 불리는 금남 최부로 시작, 조선 3대 시가인(詩歌人)의 한 사람인 고산 윤선도를 잇는 민족문학의 선구자 김남주, 고정희, 윤금초, 황지우 등 굵직한 문학인들은 해남의 큰 자랑이다. 
윤선도(하여가)식당이 있고, 김남주(사랑의 무기) 시선집 제목을 이용한 카페가 주는 힘은, 주옥같은 시를 가슴에 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24년 미남축제 때는 시인과 함께 하는 테마가 있는 축제로 글맛, 바람맛, 손맛을 나누는 축제로 만들자. 이어 동백 꽃밥도 만들고 들소리와 함께 자란 녹차 밥도 만들자. 여기서 잠시 신명나는 풍경을 함께 상상해보면, 순박한 동백꽃이 환하게 맞이하고, 시탁(詩卓) 앞에서는 모두가 시인이 되는 풍경을 그리워하자. 
노벨상의 꿈은 교실에서도 문화의 거리에서도 자란다. 그래서 점주들은 늘어난 매출은 기본이고, 문화를 만들고 꿈을 키웠다는 자긍심으로 신나는 퇴근길이 되고, 소비자는 고품격 문화 속 시(詩)까지 득탬 했다는 특별한 경험으로 해남을 다시 찾는 길이 될 것이다. 
끝으로 혼이 담긴 스토리 쇼로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면, 1년에 300개 이상의 매장을 개설하면서 71세까지 6,000개 매장을 개설한 맥도날드 창업자인 레이크록(Ray Kroc) 회장이 은퇴 후 가보지 못한 지점들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우리는 햄버거를 비즈니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쇼를 비즈니스 한다.(We are in show business)”라고 강조했었다. 아니 햄버거를 파는 브랜드가 햄버거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니! 이 말은, 마케팅의 핵심으로 브랜드가 자신의 콘셉트를 소비자에게 얼마나 잘 보여 주느냐 즉, 쇼(show)에 달려 있다는 말로 향기 없는 기능에 의존하는 브랜드는 공산품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렇다, 바람까지 맛있는 해남에 시와 예술을 더해 지금까지 없는 동백꽃 향기를 만들자. 많은 사람들이 해남에 취(醉) 할 때, 해남을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믿자. Functional needs에서 Non-Functional Wants이다. 스토리 메이커 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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