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그 모습 그대로
낙지, 꼬막, 콩나물 판매

화산면소재지에서 50여년 ‘알뜰상회’를 운영해온 김용자 사장은 이곳을 놀이터 삼아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화산면에 타임머신을 타고 옛 모습 그대로인 가게가 있다. 지난 50년간 한 자리에 있던 관계로 화산면에서 이 가게를 모르는 이는 없다. 
화산면소재지에 위치한 ‘알뜰상회’ 이 가게 사장도 50년 동안 변함없이 김용자(79) 사장이다.
가게 간판은 세월의 바람에 날려가 없지만 달 생각도 없다. 아는 사람은 다 오기 때문이다.   
오래된 가게 안에는 콩나물, 파래, 두부, 생선, 낙지, 꼬막, 아이스박스, 양념통 등이 있다. 이도 50년간 변함없는 종류다. 
김용자 사장은 “처음엔 그릇가게를 1년 동안 했는데 가게 앞에 낙지 파는 엄마들에게 전기를 빌려주다가 인연이 됐다. 낙지를 팔아 반찬값 하라는 말에 생물을 조금씩 팔다가 지금껏 낙지, 해산물 등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오는 생물 중 낙지, 생선은 40여년 간 화산 관동, 가좌 등 바닷가에서 엄마들이 직접 잡아 가져온다. 손님들은 지역에서 잡아온 낙지, 생선이라 더 좋아한다.
화산장이 섰던 1970~1990년대에는 장사가 꽤나 잘 됐다. 그러나 지금은 문턱 닳게 찾아오던 단골 엄마들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시거나 병원, 요양원, 자식 집으로 떠났다. 그래도 이곳은 여전히 엄마들의 참새방앗간이자 사랑방이다. 면소재지에 나와 들렀다가는 쉼의 공간이자, 세상살이를 나누는 놀이터다. 
김용자 사장은 “그동안 엄마들한테 신용을 안 잃었다. 엄마들이 농사지은 채소며 안 가져다주는 게 없다. 나도 늘 엄마들에게 잘하는데 함께 즐겁게 논다. 짐을 맡기면 챙겨주고, 택시도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곳은 김용자 사장에게도 놀이터다. 하루종일 바깥을 바라보며 차 구경, 사람 구경을 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니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알뜰상회는 화산면에서 가장 먼저 불이 켜지는 상가다. 김용자 사장은 50년 동안 오전 5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고집해왔다. 
김용자 사장은 “아직 성하니까 이렇게 일을 한다. 심심하니까 일요일에도 안 쉬고 나와서 논다”고 말했다.
한편 농촌에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이곳에는 외국인 손님들도 온다. 주로 계란, 꼬막을 잘 사가는데 몇 마디 말하지 않아도 만원, 오천원 하면 잘 통하니 걱정이 없다.
옛날부터 총명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김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상 장부가 따로 없을 정도로 장사에 대한 모든 것을 기억했다. 올해부터는 외상 장부를 적기 시작했는데, 종종 기억이 안 나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저 달 아래 집이 있다던 해남총각에 반해 대전에서 멀리 이곳에 시집온 김용자 사장은 어느새 60여년 이곳 화산면에서 살고 있다.  
김 사장은 몸이 성할 때까지는 계속 가게를 운영할 계획으로, 이제는 일상의 재미난 놀이터로 매일 사람을 만나러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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