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2009년 가장 히트상품으로 꼽았던 막걸리. 누군가는 막걸리를 술이 아닌 인심이자 정이라 말한다. 맞는 말이다. 막걸리는 언제나 농촌들녘의 친구였고 농사일에 단련된 구릿빛 사나이들의 벗이었다. 목젖이 울릴 정도로 시원히 들이켰던 농주. 삼산면 구림리에 위치한 삼산면 주조장은 옛 막걸리의 비법과 함께 정과 나눔이라는 막걸리 문화를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약간은 격이 낮은 술로 치부됐던 막걸리가 이젠 대도시 백화점의 히트상품으로까지 떠오르며 브랜드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에도 이곳에서는 정이 있고 옛 맛이 있는 그야말로 시골 새참문화가 깃든 막걸리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막걸리는 상품이기 전에 정을 나눴던 농촌의 나눔 문화였다는 신조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두륜산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출품되는 이 집 막걸리는 뚜껑에 나 있는 구멍부터가 옛날 그대로다. 멸균막걸리가 아닌 생막걸리를 제조하다보니 당연히 구멍 뚫린 뚜껑만을 사용한단다. 유통과정에서도 보관에서도 막걸리가 숨을 쉬어야 한다는 이중자할머니(70)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옛 방식을 고수한다. 술밥도 직접 찌고 술도 직접 빚는 등 시부모로부터 전수받은 비법만을 고집하는 이 할머니, 술을 발효시키는 통도 옹기만을 사용한다.
막걸리 시장이 확대된다고 세상이 떠들썩해도 늙은 나이에 무슨 시장 확대냐며 남은 생애동안 옛날 맛 그대로의 막걸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단다. 그 맛을 지키기 위해 이 할머니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술량만 제조한다.
두륜산 막걸리는 아무리 마셔도 머리가 아프질 않단다. 일체의 첨가물을 쓰지 않고 옛 방식 그대로 빚기 때문이다. 또한 맛이 깔끔하다는 이 집의 술맛은 두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맛과 할머니의 손맛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 맛을 아는 사람들은 삼산주조장을 직접 찾는다. 대부분 주조장이 각 가게 배달로 운영된다면 이 집은 직접 찾아오는 구매층이 하루 판매량의 40%를 차지한다. 이 집에서 제조되는 막걸리 중 동동주도 인기이지만 청주처럼 맑은 색을 띠는 웃국막걸리도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좋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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