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냉장고에 넣어주세요. 감사합니다.” 현산면 일평리에 위치한 현산합동주조장 건물 앞 냉장고에 적혀 있는 문구이다. 일명 무인 판매대인 셈이다.

막걸리 애주가가 가져간 것이라면 돈을 놓고 가지 않아도 이해한다는 박광권(57) 사장은 무인판매기 만큼이나넉넉한 사람이다. 이런 박 사장의 마음을 아는지 공짜로 막걸리를 가져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땅끝막걸리에서는 흑미주와 백미주가 생산되는데, 백미주가 주력 상품이다. 흑미주는 진도산 흑미를 원료로 사용하지만, 백미주는 현산 고현의 찹쌀과 맵쌀을 원료로 사용한다. 누룩 냄새가 무르익은 숙성실에 들어서자 우선 청결한 환경이 눈에 들어온다.

박 사장은 국내 유수의 기업체에서 생산한 흑미주 시제품을 맛보았는데, 시판할 맛은 아니더라며,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막걸리 맛을 유지한 흑미주를 생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흑미는 현미로 코팅이 돼있는 상태라 잘 삭지 않아 발효시키는 데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흑미는 포도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있어 와인처럼 흑미주 또한 심장과 신장 질환을 예방해준다고 한다. 한방의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신장은 검은색인데, 흑미주가 신장 기능을 활성화시켜 정력을 증강시킨다는 것이다.

보통 주조장들은 3~4일이면 술을 걸러내는데, 미숙성 된 술이라 머리가 아프고, 뱃속에서 후 발효를 하기 때문에 가스가 발생해 트림과 악취를 동반한다고 한다. 그러나 땅끝막걸리는 쌀이 함유돼 쌀 특유의 향이 나며, 충분히 숙성된 상태에서 나오기 때문에 후발효가 없단다.

술은 오래 숙성을 시킬수록 맛이 좋아지는데 박 사장은 최하 10일에서 20일에 걸쳐 발효를 시킨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한 비법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으면 노주가 되어 마실 수 없는 술이 되기 쉽다.

박 사장은 그간 30년을 막걸리 빚는 일에 종사해 왔다. 박 사장의 5형제는 모두 막걸리 주조장을 운영했는데, 큰형이 운영하던 계곡 주조장은 외조카가 운영을 하고 있고 셋째 형은 산이면에서, 넷째 형은 화원에서 현재 주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박 사장이 운영하는 주조장은 둘째형이 10여년 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고 광주로 떠났는데, 완도에서 주조장을 운영하던 박 사장이 3년 전 가을 이를 인수해 옛 보건소 자리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처럼 박 사장의 형제들이 막걸리에 빠져든 것은 큰형의 영향이 컸다. 44년 전 사업에 실패했던 형은 큰집 사촌형들의 조언을 받아 계곡에서 주조장을 운영하게 되었고 큰형의 영향으로 모든 형제들이 막걸리 길로 접어들게 됐다.

박사장이 권하는 막걸리 맛있게 먹는 방법은 첫째 차게 먹어야 하고, 둘째 개봉하면 산화되기 때문에 다 먹으라는 것, 셋째 가급적 병입 날짜로부터 2~4일 두었다 먹으면 술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박태정 기자/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