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옛 러시아 궁전의 경비대장이 궁전의 경비상황을 둘러보았다. 궁전의 정원 가운데 부근에 고급스런 벤치가 있고 그 옆에 두 명의 병사가 경비근무를 하고 있었다. 한가로운 벤치 옆에 2명씩이나 경비를 선다는 것이 이상해 병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예전부터 경비를 섰을 뿐,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임경비대장은 추적조사를 해보았던 바, 그것은 수년전에 일어난 상황인즉 당시 벤치에 페인트를 칠했는데 왕족들이 벤치에 앉게 되면 옷에 페인트가 묻을 것을 염려해 경비병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즈음 공교롭게도 국내정국이 소란해 모든 초소에 경비를 2명으로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신임경비대장은 그 사건 이후에도 모든 경비초소에 2명씩 경비근무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해남이 고향인 필자는 김영록의원님께서 해·완·진(해남·완도·진도)의 ‘신임 경비대장’ 역할을 해주시길 바랐다. 왜냐하면 김영록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위풍당당한 민주당후보를 제치고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선거에 즈음한 김영록의원의 행보가 과연 신임경비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해·완·진의 지자체후보 선출방식이 모든 초소에 2명의 병사가 예전대로 경비를 계속서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선거에 즈음한 당내 후보추천 경선방식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김과 속내가 작용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로되, 중앙정치’(국회의원)가 지방정치’(광역의원과 지자체장)와 동네정치(기초의원)를 호령하고(?)있음은 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김영록의원은 중앙당 시민배심원제 경선관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세 가지 측면에서 볼 때 해·완·진의 일괄적인 여론조사식 당내 경선방식이 김영록의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시민배심원제 경선이나 전략공천을 꼭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토론회 없는 경선, 정책검증 없는 경선, 정치신인들에게 의견표출 기회도 주지 못하는 경선, 현직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여론조사식 경선이 ‘모든 초소 2명 경비체계’처럼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이다.
역대 국회의원선거를 분석해보면 해·완·진엔 비판과 감시의 눈이 살아있었고, 참소리와 헛소리를 구분할 줄 아는 귀가 있었다. 정의와 불의를 구분하는 심장이 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무소속 김영록후보가 당선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해·완·진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는 ‘지붕 없는 자연생태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지혜롭고 유능한 신임박물관장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이다.
김영록의원님! 해·완·진의 ‘신인 경비대장’직을 포기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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