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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빗지락이었당께”, “워매 오살놈”…할머니 추임새가 더 재밌다
조아름 기자  |  5340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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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06  09: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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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리는 절대 치지 않는다는 해남읍 고도리 여자경로당 할머니들에게 옛 이야기 책이 배달됐다. 고도리 경로당에는 이후 이미향 강사가 자원봉사자로 2주에 한 번 옛이야기 책을 들고 찾아간다.

[해남우리신문 '은빛책날개']

이번엔 해남읍 고도리경로당, 이야기 강사는 이미향씨
할머니 이야기 들으며 실뜨기 놀이로 옛 추억도 찾고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늘 붐비던 고도리 경로당도 보름 쇠러간 사람들이 빠져나가 모처럼 조용하다.
어르신들이 하루에 5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남우리신문과 해남공공도서관이 기획한 ‘은빛책날개’가 고도리에도 자리 잡았다. 이젠 마을경로당의 풍경이 돼버린 책들이 할머니들의 손길을 간간히 받는다.


지난 4일 책을 읽어줄 이야기 선생님 이미향 씨와 함께 고도리경로당을 찾았다. 앞으로 1년 동안 한 달에 두 번 봉사할 이 씨는 자신을 소개하며, 옆으로 한 분씩 할머니들도 자기소개를 했으면 좋겠단다.
“지는 해남읍 고도리 삼호아파트에 사는 김정심이요.” 예전 같았으면 ‘누구 엄마요 누구 댁이요’ 할 할머니들이 자신 있게 이름과 집 주소까지 말하며 자기소개를 한다.

   
 

오늘 함께할 책은 『똥벼락』. 그림이 많고 글자가 적은 전래동화책이다. 옛날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던 도깨비도 이 책에 나온다.
이미향 씨가 “도깨비 이야기 아시죠? 옛날에 밤새 도깨비랑 씨름해서 힘들게 나무에 묶어놓고 다음날 아침에 가보니까 뭐였다고요?”라고 묻자 일동 “빗지락”이라고 답한다. 꼭꼭 숨겨둔 기억을 풀기 시작한 할머니들은 “빗지락이 정말 나무에 있었어”, “진짜로 화산에서 그런 일이 있었당께”라며 호들갑을 떠신다.


이야기 강사는 할머니들을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30년간 김부자네 집에서 머슴으로 열심히 일한 돌쇠 아버지는 욕심쟁이 김부자에게 새경으로 풀 한포기 자라지 않은 돌밭을 받았다. 그러나 돌쇠와 아버지는 낙심하지 않고 좋은 밭을 일구기 위해 거름을 만들려고 똥을 열심히 모았다. 똥이 마려우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왔다는 이야기 대목에 할머니들은 “옛날에는 다 그랬어”, “우리 어릴 땐 짚에 싸서 집으로 가지고 왔어”, “소변 독 머리에 이고 살았제”라며 맞장구친다.

   
 

딱한 돌쇠 아버지를 돕는 도깨비가 등장하는 대목에 할머니들도 함께 주문을 외워본다. “수리수리 수리수리 김부자네 똥아. 김부자네 똥아. 돌쇠네로 날아가라.” 할머니들은 같이 주문을 외우면서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 
도깨비의 도움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은 돌쇠네는 많은 농작물을 수확했고 욕심쟁이 김부자는 그것이 배가 아파 심술을 부렸다. 이 때 할머니들은 “수리수리 수리수리 온 세상의 똥아 김부자네로 날아가라!”라고 큰 소리로 외친다. 한 할머니는 김 부자가 너무 욕심쟁이라며 “오살놈”이란다. 모든 옛이야기가 그렇듯 이 책의 결말도 권선징악, 할머니들은 “속이 시원하요. 나쁜 놈은 벌을 받고 착한 놈은 잘 살제”란다.


이미향 강사의 책 읽어주기가 끝나자 할머니들의 옛이야기가 시작된다. 
명재심(82) 할머니는 “나가 한 번 해볼라요”라며 목청을 가다듬는다. “우리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놀러 다니다 한 번은 호랑이를 만났다해. 하도 무서워서 땅바닥에 있는 대나무를 들이대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거여. 호랑이가 대나무를 제일 무서워한다니께”.
김정심(90) 할머니가 뒤를 잇는다. “옛날에 동네 사람이 송지장에 소를 폴러 다녔는디 하루는 소를 폴고 오는디 도깨비가 딱 엎드려서 안 비켜. 그래서 도깨비를 팍팍 때려서 허리끈으로 나무에 매놓고 다음날 가본께 마당 빗지락이었당께”라며 옛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이미향 씨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다가 옛 이야기를 꺼낸 이유에 대해 말한다. “우리 할머니들이 손자들한테 용돈 주시는 것도 좋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를 평생 가지고 있다가 자신이 아이를 낳게 되면 그이야기를 해준데요. 이야기의 힘이 이렇게 커요.”

   
 

이야기가 끝나자 이미향 씨는 실뜨기를 꺼내 놀이를 시작했다. 어릴 때 했던 실뜨기를 몇 십년 만에 해본 할머니들은 모두 소녀가 됐다. “옛날엔 놀게 없으니까 이런 거 가지고 많이 놀았어”. 두 명씩 짝을 지어 하던 할머니들 중 유난히 실뜨기를 잘하는 명재심(82), 김정심(90) 할머니는 “우리가 제일 잘하고만. 우리가 잘해”라며 한껏 뽐내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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