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문학관과 전북문학관은 지역의 지명을 딴 문학관이다. 외지인의 입장에선 지명을 딴 문학관은 향토작가를 기리는 문학관 정도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이와달리 강진군은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시 흐름을 알 수 있는 곳, 한국의 시파 역사를 담아낸 특화된 문학관으로 성공하게 된다. (강진시문학파기념관 전경)

김남주 고정희 살리지 못한 이름
외지인이라면 향토문학관 치부
강진군, 문학관에 ‘학파’ 붙여 성공

땅끝순례문학관, 장흥천관문학관, 순천문학관 등은 지명을 딴 이름이다. 장흥천관문학관을 생각할 때 누구를 기념하는 문학관인지 외지인은 알지 못한다. 단순히 그 지역의 향토 문학인들을 위한 문학관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당연히 외지인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한다. 
그러나 신동엽 문학관 등 한 개인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들어난 문학관은 상황이 다르다.
전국에 있는 문학관 대부분 이름은 그 지역 지명을 따고 있다. 이럴 경우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학인과 문학작품을 주로 다루게 된다. 당연히 특징 없는 문학관, 여러 인물들을 나열하는 문학관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한 문학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은 그 개인의 일대기와 문학세계를 고도로 깊게 다루고 있다.
그만큼 문학관은 내건 이름에 맞게 전시물이 전시되고 문학관에 담긴 주제도 어떤 것인지 유추가 가능해진다.


해남군은 읍 연동에 들어선 문학관의 이름을 땅끝순례문학관으로 지었다. 당초 군은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해남출신 작가들을 기리는 문학관을 계획했다. 여기에 한반도의 끝이자 출발지로서 국토순례지로 각광받는 땅끝을 이름에 담은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의미를 담은 땅끝순례문학관의 명칭은 시의 고장인 해남의 특징을 담지 못하고 있다. 또 김남주, 고정희 등 해남출신의 뛰어난 현대 시인들을 살려내지 못한 이름이 되고 말았다. 김남주와 고정희는 현대 시문학의 맥을 가르는 중요한 시인들이다. 그러나 땅끝순례문학관은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너무도 많은 문학인들을 포괄하다보니 특성과 특징이 없는 문학관이 돼 버렸다.
오히려 저항의 시 문학관이나 김남주 문학관 등으로 특화시켰을 때 특징이 더 묻어날 수도 있었다. 


강진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은 “문학관 명칭은 부르기 쉽고 읽기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문학관을 대변하는 ‘이름’이 중요하다며 강진군의 예를 설명했다.
당초 강진군은 영랑문학관을 설립하려 했으나 채용된 김 관장이 시인 영랑을 중심으로 한국의 시문학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문학파기념관을 제안했고 강진군은 이를 수용했다. 이 결과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은 한국의 시 흐름을 알 수 있는 곳, 한국의 시파 역사를 담아낸 특화된 문학관으로 자리 잡게 됐다.
김 관장은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은 최초로 ‘학파’라는 단어가 문학관 이름에 들어갔다”며 “국내 유일하게 시의 유파를 알 수 있는 문학관이라 사람들의 발길을 더 끌게 됐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식상하지 않은 이름, 시도하지 않은 이름을 문학관에 담은 것이다. 기존의 영랑문학관으로 설립됐다면 문학관에서 다룰 수 있는 문학의 폭이 좁으나, 강진군은 시문학파로 주제를 확장해 전국 문학 관련 학과, 동아리 등의 답사 장소가 됐다.

▲ 순천문학관 전경

순천문학관은 건립 단계에서 문학관 명칭을 ‘복합문학관’(가칭)이라고 붙였다.
그러나 순천시는 문학관 완공을 앞두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복합문학관 명칭을 공모했다. 그 결과 총 149건이 접수돼 정채봉, 김승옥 작가의 의견을 수렴한 후 순천시 문화예술진흥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순천문학관’으로 결정했다.
지명을 딴 순천문학관은 순천 출신 작가 김승옥과 정채봉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공간이다. 물론 추상적이었던 ‘복합문학관’보다 지명을 담은 ‘순천문학관’이 더 구체적이지만 특화된 문학관으로, 순천을 넘어선 문학관의 이미지를 찾는데는 실패했다. 

▲ 전북문학관 전경

전북문학관(관장 이운룡)도 명칭을 바꾼 바 있다. 2012년 9월 개관한 전북문학관은 당초 전라북도의회에서 문학관 조례를 제정할 때 ‘전라북도문학관’으로 제정해 사용해왔다. 그러나 명칭 때문에 도 산하 기관으로 오해를 받을 것을 우려해 명칭 변경을 추진했다. 문학관 관계자들이 조례를 고쳐서라도 ‘전북문학관’으로 명칭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이에 2013년 전북문학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한편 땅끝순례문학관은 오는 10월 개관을 목표로 부실공사와 부실전시물을 보강하고 있다.
해남군은 현재 시공업체에게 나무고사에 따른 재시공, 누각 마루의 벌어짐 등의 하자보수를 요구해 진행 중이다. 또 전시물을 보강하고 운영 프로그램 구상에도 나선 상태다.
현재까지 땅끝순례문학관은 군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개관을 앞둔 마당에 문학관의 이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인물들을 아우르는 문학관보단 특징화된 인물을 내세우는 이름도 고려해볼만 하다.
땅끝순례문학관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다행히 지금이라도 운영에 충실한다면 어느 정도 기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안도의 소리도 나온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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