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 우 종(송우종 발효명가 대표)

합성 빙초산의 역사는 길게 봐도 70~80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석유화학이 본격 궤도에 오른 1970년대 이후에 빙초산이 양산됐습니다. 순도 99%의 공업용 빙초산에서 중금속만 제거한 것이 식용 빙초산입니다.
공업용 빙초산은 섬유 염색제, 제초제로 쓰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합성식초는 빙초산에 물과 조미료를 혼합해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공적으로 희석해 만든 것입니다. 식용 빙초산은 초산 농도가 29%까지 허용돼 농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고농도의 빙초산을 접촉 시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고, 섭취 시에는 식도와 위 점막의 직접 접촉에 의한 소화기계 부식성 손상, 전신 흡수 시에는 심각한 중독증상을 보여 용혈, 저혈압, 간부전, 신부전, 혈관 내 응고장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식품 규정이 엄격한 미국, 유럽 등 선진 국가에서는 순도 20% 이상의 빙초산을 독극물로 분류하고 있으며 사용량도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순도 99%의 빙초산을 제조업체, 도매상(화공약품),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고, 사용량 제한도 없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OECD 회원국 중 빙초산을 식품첨가물로 인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빙초산이 어떤 경로로 식약처로부터 식품 첨가제로 인정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날 빙초산의 쓰임새를 보면 식약처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희석식 식초, 중국집 단무지, 피자 오이피클, 식당 물냉면, 생선구이, 초고추장, 절임(무, 양배추. 우엉. 연근) 등 맛을 내는 용도 외에도 발효영양제, 식품보존료로 많이 사용됩니다. 빙초산을 무절임 등에 넣는 이유가 식초대용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일종의 방부제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통조림 같은 깡통제품에도 많이 사용됩니다.
외식문화와 가공식품의 발달로 빙초산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발효식초의 생산량과 가격입니다. 지금 국내에 빙초산을 대체할만한 발효식초 생산 여력이 없습니다. 또한, 가격 면에서 빙초산은 발효식초의 1/10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빙초산을 식용으로 인정하지 않을 시 그것에 따른 식품업계의 혼란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생각해 고육지책으로 빙초산을 식품첨가물로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식약처에서도 이들 문제점을 인식한 나머지 근년에 고시를 통해 빙초산을 희석해 만든 ‘합성식초’를 발효식초와 구분하기 위해 ‘희석초산’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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