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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시대 올까…70년대 풍미했던 그대 이름은 영자라
해남우리신문  |  5430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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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25  15: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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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 모여라 ①영자

숱한 이름 중 억세고 촌스럽다 대명사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로 유명세 타


억세다. 촌스럽다. 약간의 외설적인 느낌마저 드는 이름 영자, 여성의 이름에서 느껴져야 할 최소한의 부드러움과 미적 이미지마저 찾기 힘든 이름, 대한민국에 숱한 이름이 존재하지만 영자란 이름처럼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된 이름은 드물 것이다.

영자란 이름에 억세고 촌스럽고 조금은 외설적인 이미지가 더해진 것은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덕분일 것이다.

70년대 45만명의 관객을 모은 흥행작 ‘영자의 전성시대’는 식모에서 여공, 버스차장, 접대부 등 굴곡의 한 시대를 살아온 한 여인의 삶을 그린 영화다.

‘영자의 전성시대’는 영자란 한 여인의 불행을 통해 1970년대의 가난과 가부장적 폭력성과 국가주의 폭력성 등을 고발하고 있다. 가족의 가난을 책임져야 했던 딸들, 당시의 딸들은 가정부로 여공으로 버스차장으로 나서야 했고 그 암울했던 시대상을 감독은 영자의 전성시대란 이름으로 영화화 했다. 그러나 주인공 영자의 아픔은 사라지고 억세고 외설적인 이미지만 사람들에게 투영돼 버렸다.  

그런데 감독은 그 많고 많은 대한민국 여성의 이름 중 왜 영자란 이름을 택했을까. 당연히 당시엔 너무도 흔한 이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딸 이름을 짓는데 고민과 시간 투자에 인색했던 우리네 부모시대에선 흔하디흔한 이름을 딸에게 지어줬다. 영자 순자 미자 춘자 등등.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시대, 원하는 아들은 태어나지 않고 내리 딸만 태어나는 집에선 더욱 그랬다.

그래서인지 큰 딸에게 영자란 이름은 지어준 것보단 내리 태어나는 딸들에게 주로 지어줬다. 너무도 흔한 이름, 부모가 이름 짓는데 고민과 시간을 덜 투자했던 이름, 이름에서 느껴지는 촌스러움, 그래서 감독은 주저 없이 영화의 제목을 순자도 미자도 춘자도 아닌 영자의 전성시대라 칭했을 것이다. 그런데다 80년대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큰손 장영자 씨의 이미지도, 요즘 활약하는 개그우먼 대표주자 이영자 씨의 이미지도 그러니 영자의 이미지는 그렇게 또 그렇게 세인들에게 각인이 돼 버렸다.
  
이름 ‘자’자가 들어가는 이름은 일본식 표기라고 한다. 일본어는 꼬, 일본인 이름 중에 ‘꼬’자가 많이 들어있는데 이러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제강점기 이전인 조선시대 여성의 이름 중 영자란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다. 영자란 이름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이 등장했고 2000년대인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이름이 됐다.

한 시대를 가장 풍미했던 이름 영자, 그러나 너무도 빨리 소멸해 버린 이름이 영자이기도 하다. 자녀 이름을 짓는데 심사숙고하는 요즘,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자란 이름은 찾아볼 수가 없다. 먼 훗날이면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이름, 추억의 이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영자의 이름과 가장 대별되는 이름을 말하라면 영희를 꼽겠다.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이 영희였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영희야 철수야 놀자로 글을 배웠던 시절. 동심의 세계인 초등교과서에 등장했기에 영희는 애틋한 추억과 동심이 묻어나는 이름의 대명사가 됐다.

따라서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이 영희라면 70년대 이후부터 풍미했던 이름은 영자이다.

이름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6․25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일어선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교육, 초등교과서에 이름도 흔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마저 있는 영희란 이름은 안정맞춤이었다. 그리고 70년대 산업화 시대에선 억센 이미지인 영자의 이름이, 경제적 풍요와 함께 두 자녀만 낳기 시작한 시절에선 예쁜 한글식 이름이 등장했다. 빛내리, 푸름이, 가을이, 아름이 등등. 지금은 한문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무한 경쟁의 사회가 되면서 성공과 직결되는 한문식 이름을 주로 짓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름엔 언제나 짝꿍이 따른다. 초등 국어 교과서에서 영희는 철수와 짝꿍이 돼 바둑이하고 놀고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영자가 의지했던 짝꿍은 창수였다. 80년대 가장 인기를 끌었고 영화화까지 된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주인공 까치의 짝꿍은 엄지였다. 엄지 이름은 대중적이지 못해 만화 속 이름으로 그쳤다. 해남에도 영자란 이름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름에 투영된 이미지에 맞게 억세게,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다.

영자란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상호로 걸고 나서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해남 영자네 웰빙, 해남 영자네 농원, 영자네 주물럭 등, 특히 농수산물의 직거래 판매가 늘면서 영자 이름을 붙인 농장이 전국적으로 대세라고 한다. 이는 영자의 이름이 추억의 이름이 되고 있음을, 억세게 자녀를 키운 어머니의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억세다. 촌스럽다. 약간은 외설적이다 등 어떠한 이미지로 각인이 됐든 영자란 이름은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풍미한 이름이라는 점에선 행운이다.

이름석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시대, 너무도 다양한 이름이 등장하는 요즘에 한번만 들어도, 외울 필요 없이 각인되는 이름이기에 더 좋은 이름이 아니겠는가.  

다음호에는 이름 ‘영삼’이가 소개됩니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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