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이루려면 땅의 문을 열어라
땅끝해안가 ‘목눙개’

땅끝마을 팽나무 아래 ‘목눙개’는 땅의 기운이 마지막 뭉친 곳으로 돌을 던지면 땅의 기운이 깨어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땅끝마을 팽나무 아래 ‘목눙개’는 땅의 기운이 마지막 뭉친 곳으로 돌을 던지면 땅의 기운이 깨어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2023년 계묘년 새해, 각자의 소원을 품은 이들의 발길이 땅끝을 향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 숱한 소원들이 하나하나 모이진 곳. 그런데 땅끝마을에는 소원을 꼭 들어주는 곳이 숨어 있단다. 그 길을 따라간다.
땅의 기운이 뭉친 곳, 그 문을 열어야 간절한 염원도 이뤄진다.
간절한 염원을 품고 땅의 끝에 왔다. 그리운 임과의 재회를 또는 더 좋은 취업자리, 자식의 성공, 돈을 왕창 벌게 해달라는 조금은 세속적인 염원까지, 각각의 소원을 들고 땅의 끝에 왔다.  
땅끝마을 팽나무 숲 아래 바닷가, 백두대간의 기운이 마지막 뭉쳐 있는 곳. 땅끝마을 사람들이 목눙개라 부르는 이곳에서 땅의 문을 열어야 한다. 
땅끝마을 대대로 이어온 이야기 따라 땅의 기운이 뭉친 팽나무 아래 목눙개를 찾았다. 소원을 빌기 전 마을 주민들이 일러준 순서를 마음에 새긴다. 그 순서대로 바다를 향해 마음의 창을 정갈히 닦은 후 몸을 살짝 돌려 땅끝전망대를 향해 두 손 모아 마음속 묻어둔 소원을 꺼냈다. 
그리고 남몰래 자갈돌 하나 주워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다. 자갈돌이 일으킨 작은 파동 따라 땅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깨어난 땅의 기운이 내게로 왔다. 올해는 모든 일이 잘 이뤄질 것이다. 

 

연리지로 환생한 송호리 처녀와 총각
땅끝 연리지

땅끝탑과 댈기미 해안 사이에 있는 두 그루의 연리지는 못다 이룬 처녀와 총각의 사랑을 맺어준 상징이란다.     
땅끝탑과 댈기미 해안 사이에 있는 두 그루의 연리지는 못다 이룬 처녀와 총각의 사랑을 맺어준 상징이란다.     

 땅끝탑을 향해 걷는다. 땅끝탑까지는 데크길이다. 한반도 최남단, 서해와 남해를 구분 짓는 기준선, 남파랑길의 종점이자 서해랑길의 시작점인 땅끝탑에 이르러 1년간 뭉친 긴 숨을 토해낸다. 
그리고 땅끝탑에서 10분 남짓 걸으니 두 나무의 가지가 하나로 연결된 연리지가 기다린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것도 아쉬웠을까. 
땅끝바닷가와 연계된 송지면 송호리 바닷가엔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사랑 같은 처녀굴과 총각굴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송지면 송호리에 사랑하는 처녀와 총각이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 총각은 먼바다로 고기잡이를 떠났다. 하염없이 임을 기다리던 처녀는 총각이 떠난 바닷가에 굴을 파고 임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했다. 
며칠 후 고기를 잡으러 간 총각이 그리운 처녀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건 처녀의 시신뿐. 
총각은 처녀가 죽은 굴 위에 또 하나의 굴을 파고 처녀를 그리다 죽었다. 
그리고 수백년이 흐른 후 그들의 죽음을 지켜봤던 땅끝은 슬픈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느날 땅의 문과 하늘의 문이 열리자 땅끝은 처녀굴과 총각굴에 있던 두 영혼을 두 개의 연리지로 불러냈다. 이로써 송호리 처녀와 총각은 땅끝의 연리지로 다시 만났고 지금은 세상 모든 남녀의 인연이 땅끝에서 이뤄진다는 상징이 됐다.      
땅끝 두 개의 연리지는 모두 때죽나무다. 
첫 번째 연리지는 수령 50~60년, 두 번째 연리는 수령 30년생이다. 
연리지는 보통 오래된 수목에서 발생하는데 땅끝 연리지는 수령이 젊은 나무에서 생겼다. 젊디 젊은 송호리 총각과 처녀를 닮듯.

 

남몰래 조약돌하나 건네니 남이 임이 되다
땅끝 댈기미 해안 

땅끝탑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댈기미 해안에 돌 하나 던지면 떠난 임도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땅끝탑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댈기미 해안에 돌 하나 던지면 떠난 임도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연리지에서 조금 걸으니 하얀 조약돌이 깔린 댈기미 해안이 나온다. 제각각 모양의 조약돌들이 파도와 만나 또르르 소리를 낸다. 저마다의 소원을 품은 이들의 발길이 머문 곳. 각각의 조약돌 만큼이나 소원도 다양하다. 남몰래 조약돌 하나를 줍는다.
그리고 사자봉을 향해 소원을 빌고 조약돌을 힘껏 바다에 던졌다. 땅끝마을에 오래도록 전해지는 이야기 따라 그곳에 있는 조약돌을 또 하나 주워 임에게 전한다. 무조건 사랑이 이뤄진다나.  
2017년 7월, 신선복과 선녀복을 입은 이들이 땅끝마을에 나타났다. 백두대간의 시작이요 끝인 땅끝의 가장 좋은 혈을 찾기 위해 땅끝을 찾는 이들은 청학동 삼성궁과 월출산, 계룡산, 목포 등지에서 선을 공부하는 선인들이었다.
이틀간 땅끝마을 곳곳을 누비며 온몸으로 기를 느꼈던 이들은 땅의 길을 여는 곳은 땅과 바다가 만나는 곳인 목눙개 바닷가, 하늘문을 여는 곳은 백두대간이 마지막 용트림한 땅끝전망대로 결정했다.
다음날 새벽 5시, 먼동이 트기 전 땅의 길을 여는 의식이 목눙개에서 시작됐다. 제상이 놓이고 청학동 삼성궁에서 온 선인은 우아한 몸짓으로 땅의 기를 불러냈다. 
이어 오후에는 땅끝전망대에서 하늘 문을 여는 봉화와 하늘에 차를 올리는 제의식이 거행됐다. 이때 영험한 선인들의 부름에 땅과 하늘의 문이 열렸을까. 이후부턴 땅끝의 기운은 더욱 힘차졌고 갖가지 소원들도 더욱 잘 이뤄진다고 한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