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농협은 해남 관공서 중 대표적인 수묵전시관이다.(위상 강공수 벼수확)
해남농협은 해남 관공서 중 대표적인 수묵전시관이다.(위상 강공수 벼수확)


 유럽의 르네상스 부응에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면 남도 수묵의 부응에는 해남이 있었다. 
메디치 가문의 지원으로 르네상스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꽃을 피웠는데 대표적인 작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군주론」을 펴낸 마키아벨리다. 
남도수묵의 대중화는 남도 작가들을 적극 지원했던 해남사람들의 수묵 소장문화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한 덕에 전라남도는 격주년으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열고 있고 2023년 올해 제3회째를 맞는다. 
남도수묵을 대중화시킨 해남에는 여전히 각 식당과 이발소, 관공서 등에 수묵작품이 걸려 있다. 해남의 일상 공간에서 만나는 수묵은 길 위의 인문학이다. 
해남 공공기관 중 수묵작품이 많이 걸린 곳이 농협이다. 특히 해남농협 전무 출신인 양회남씨는 수묵작품 소장가였다. 그의 덕분인지 아직도 각 농협에는 대형 수묵작품이 많이 걸려 있다.
이중 해남농협은 수묵작품을 가장 적절히 배치한 수묵 갤러리이다. 작품도 우수하다. 해남농협은 해남터미널 앞에 건물을 신축하면서 장승영 조합장의 진두지휘하에 소장 작품들을 배치했는데 작품배치 안목이 꽤나 높다. 해남농협의 수묵작품을 감상하려면 조합장실과 회의실이 있는 2층 공간으로 가야한다.
2층에 오르면 계단 앞에서 위상 강공수의 작품이 먼저 반긴다. 
강공수 화백은 누렇게 익은 벼를 즐겨 그린 작가다. 해남읍 만재가든 입구에도 풍요로움을 가득 안은 누렇게 익은 벼 대작이 걸려 있다.
진도군 임회면 출신인 위상 강공수는 농촌의 배고픔을 알기에 풍요를 상징하는 황금 들녘을 많이 그렸고 황금색을 너무도 잘 표현해 그의 작품은 한눈에 알 수 있다.
 

호정 박병삼 「황토밭」
호정 박병삼 「황토밭」


  2층 회의실 앞에는 호정 박병삼의 황토밭 그림이 걸려있다. 호정 박병삼은 진도 출신으로 모닥불과 원두막으로 유명한 백포 곽남배에게 그림을 사사했다. 대흥사 호남식당에는 백포의 그림과 닮은 호정의 모닥불이 걸려있다. 호정은 오일과 아크릴 등의 물감을 사용해 전통회화에 표현주의 양식을 결합한 실험적 화풍으로 요즘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다.
 

화정 이강술 「산수화」
화정 이강술 「산수화」


 해남농협 조합장실에는 화정 이강술의 섬세하고 강건한 산수화 대작이 걸려있다. 화정은 산수화에 운무와 강건한 암석 표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다. 화정은 의재 허백련에게 문인화를, 옥산 김옥진에게 산수화를 사사받았다. 화정은 의재 허백련이 지어준 아호이다. 
 

지산 유래성 「산수화」
지산 유래성 「산수화」

 

 1층 상임이사실에는 지산 유래성의 가을산수 작품이 걸려 있고 1층 사무실에는 민영숙의 석류 수채화가 자리한다. 지산 유래성은 한국 예술대전 추천 초대작가와 한국 예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민영숙 화가는 해남고에 이어 조선대 미대를 졸업한 이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 특선, 국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민영숙 「석류수채화」
민영숙 「석류수채화」

 

 한편 1970년대 이르러 경제성장에 따른 미술 수요층 증가와 민족주의 정책에 힘입어 한국화가 각광을 받게 된다. 
이때 해남도 미술의 대중화 바람이 불었고 그림을 소장하는 중상류층이 늘었다.
이때 가난한 화가들의 작업 장소는 여관이었다. 화가들이 여관에 오면 해남사람들은 여관으로 몰려가 그림을 구매했다. 이러한 여관문화는 200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특히 해남은 물산이 풍부한 덕택에 미술 수요가 많아 숱한 화가들이 거쳐 갔다. 
또 그림을 전문적으로 파는 화상들의 활동도 활발했다. 화상들은 해남군청과 농협 등을 돌며 남종화를 판매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