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돌본지 5~6년
매일 사료 싣고 해남 누빈다

백형관씨는 거리의 유기견을 돌본다. 양촌저수지 정자 옆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백구와의 인연도 3년이 됐다.
백형관씨는 거리의 유기견을 돌본다. 양촌저수지 정자 옆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백구와의 인연도 3년이 됐다.

 

 해남읍 남외리 백형관(61)씨, 오늘도 삼산면 양촌저수지 옆 정자를 찾는다. 4년째 망부석처럼 주인을 기다리는 하얀 개, 삼산면에서 북일면으로 출퇴근하는 이들 사이에 이미 알려진, 안타까움의 상징이 된 강아지다. 백형관씨와 백구와의 인연도 3년이 됐다. 오시미재를 오가다 우연히 발견한 인연으로 매일 밥을 주는 사이가 됐지만 백구는 곁을 주지 않는다. 
자신을 버린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백구, 주인 외에 그 누구와도 정 쌓기를 거부하는 백구를 지켜보는 것은 안타까움이다.  
해남에는 숱한 개들이 버려진다. 유기견보호센터에 신고되는 유기견만 1년에 1,300여마리, 이중 1년에 400~450여마리가 구조되고 이중 70%는 인도적 처리가 된다.
백형관씨는 매일 오후 2시간 정도 해남읍과 마산면, 삼산면, 북일면 일대를 누빈다.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서다. 이 생활도 벌써 5~6년이 됐다.
그는 강아지 애호가가 아니었다. 울산 현대중공업을 다니다 10년 전 명퇴한 그는 연로한 어머님을 모시고자 고향으로 내려왔다. 고향으로 내려온 그의 눈에 주인에게 버려진 숱한 유기견들이 보였다. 주인에게 버려졌는데 굶지는 않을까라는 그저 단순한 생각에 먹을 것을 건넨 것이 첫 인연이었다. 한 마리에게 건넨 밥이 10마리, 많을 때는 30~40마리에 이를 때도 있었다. 

 어머니는 연로해 누워계신다. 곁을 떠날 수 없기에 요양보호사가 방문하는 시간에 잠깐 집을 나선다. 자신이 오는 시간에 맞춰 몰려 있는 유기견들, 어떤 개는 지금도 주인을 기다리고 어떤 개는 들개가 돼 있다. 그가 직접 구조해 입양한 아이들도 있다.
어느 날엔 마산면 야산 유기견에게 밥을 주고 오는데 길가 수풀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있었다. 눈도 뜨지 못한 강아지 2마리였다. 숨 쉬는 생명체를 그냥 둘 수 없어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 너무 어여쁜 강아지라 입양을 원하는 이들이 있지만 우유를 직접 먹이며 키운 애들이라 보낼 수 없다.     

 

 

 유기견들에게 밥을 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말 못하는 애들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입양되고 파양되는 강아지들, 그 생명체들이 생존을 위해 거리를 헤매는 모습을 보며 이같은 일은 중단돼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 다.
그래도 양촌저수지 옆 정자에서 만난 백구는 행운아다. 백씨가 백구를 만나기 전에도 돌보는 이가 있었다. 북일보건진료소로 출퇴근하는 이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길가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백구에게 밥을 주고, 이름도 산돌이라 지어 줬다는 것도 알았다. 그분의 도움으로 산돌이가 생활하는 곳에 안내판도 부착했다. 
‘어쩌다 여기에서 살게 됐지만 놀러 오는 친구들이 있기에 너무 걱정말라’는 내용의 안내판이다. 오시미재를 오르내리는 사람마다 걱정이 커 언론사에 연락하고 유기견보호센터에 연락하기에 부착한 내용이지만, 주인이 버린 그 장소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산돌이의 삶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백씨는 가을이면 산돌이에게 따뜻한 집을 지어준다. 습기와 바람이 통하지 않게, 오리털로 집을 둘렀기에 따뜻하다. 여름에는 헐고 가을에 다시 짓는 일이 올해로 3년째이다.
지난 8월에는 집안일 때문에 두달간 산돌이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산돌이가 그 사이 새끼 4마리를 낳았다. 밥을 주러 갈 때마다 곁을 주지 않기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 했는데, 새끼들은 가끔 산돌이에게 밥을 주러 오시는 분이 입양해 갔다.
백씨는 힘닿는 범위 내에서 유기견을 돌본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부담없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료를 차에 싣고 곳곳을 누비는 백형관씨, 그의 소원은 거리에서 밥을 기다리는 유기견이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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