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지 않으면 열매는커녕 벌레밭이 돼버리고 호박, 고추, 가지, 상추며 채소들도 다 싫다. 그래 읍내로 이사 가자 가서 정원도 없이 아이들 통학도 안 시키고 남들처럼 좀 사서 먹고 도서관에 가서 실컷 책도 보고 문화생활도 누리자. 시골 생활이라 정보가 느리다보니 답답했는데 친구집에도 놀러가고, 생각만으로도 그냥 신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읍내로 나가 우선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아파트부터 둘러봤다. 여기는 평이 적어 답답할 것 같고, 여기는 좀 비싼 것 같고, 여기는 경비가 많이 날 것 같고. 여기는 시내와 멀고, 에라 주택을 알아보자.
약 천여 평의 대지에 살면서 힘들었으니 100여평 대지에 자그마한 집과 정원이 약간 딸린 집으로 골라봐야지. 이렇게 마음에 커다란 풍선을 넣고, 억 여긴 집이 허술해. 엉 여긴 너무 좁아. 이렇게 발품을 며칠 팔았더니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좋은 집이 있단다. 풍선을 힘껏 더불어 달렸다. 정말 100여평에 아담한 집과 작은 정원이 자리했다. 엉~ 근데 집값이 1억이 넘는단다. 1억이면 논을 얼마나 구입할 수 있을까. 왜 갑자기 이 생각이…. 4~5천평은 구입할 수 있다.
아뿔싸. 축복받은 내 삶을 포기하려 했다니, 이 여유롭고 평온한 내 정원에게 미안해진다. 이봄 정원과 들녘의 잡초 한 포기도 왜 이리 아름다운지 새벽공기 향긋함에 호미를 들고 잡초 제거도 신이 난다. 호박, 가지, 오이, 상추, 쑥갓이랑 잘 키워 지인들과 나눠먹을 생각을 하니 하하하. 모든 과실나무도 사랑해야지. 이렇게 마음속 풍선을 터트리고 나니 시원한 여름이 될 것 같다. 행복과 감사가 밀려온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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