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딸 아이가 끝말 잇기를 하자며, “장마”라고 시작합니다.
“장마라는 말 알아?” 했더니
“엄마, 비가 계속 오는 거”라고 답합니다.
대견한 마음에 웃어주었습니다. ‘그래, 올해도 장마가 시작되었구나’하고 생각하며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딸아이와 대흥사 숲길 산책을 갔습니다.
대흥사 초입 매표소 앞에서 당당히 해남군민이라 말하고 빗방울 들이치는 차창으로 주민등록증을 보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흔들어댔습니다. 통행료 몇 천원 내지 않는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고 미안한 맘도 드는 천상 주부입니다. 피안교를 건너서 마음 안으로 들어섭니다. 한때 세상 모든 것을 끌어안을 듯도 하던 것이 어느새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게 된 그 마음 길에 들어섭니다. 쏟아지는 장맛비에 겨우 발만 적시고 돌아오는데 산사나뭇잎 사이로 후둑거리는 빗방울의 메아리는 길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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