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초식품·천문동·석창포까지
300여가지 희귀한 약초술도 볼만



그가 처음 함초를 이야기할 때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엉뚱하기도 했다. 그러한 지역사회의 반응에도 그는 20년간 함초만을 말해왔다.  
집념이 만들어낸 결실, 해남읍 해리 금강곡 길목에 자리한 우리나라 최초 ‘함초박동인 약초박물관’은 함초박사 박동인(60)씨의 기나긴 여정의 결실이다.
함초에 매달려 온지 20여년, 바다 갯벌의 잡초이자 염전의 최고 골칫거리였던 함초를 건강식품으로 만든 장본인. 그 결실이 박물관으로 태어났다.
20여년 전, 상대가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함초에 대한 구구한 설명, 오직 그의 대화의 주제는 함초였다.
무모하다시피 한 함초에 대한 열정, 약초와 식품에 대한 문외한이었던 그가 함초식품의 가능성과 대중성을 이야기할 때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뜨악 그 자체였다.
부인인 민경례(59)씨도 동조하지 않았다. 식당운영으로 벌어들인 돈을 몽땅 함초를 연구한다며 쏟아 부으니 남편이 미운게 아니라 함초가 미워질 정도였다.      
그의 함초에 대한 믿음은 어릴적 배앓이를 하는 그를 위해 어머니가 함초 즙과 죽을 먹여준 기억 때문이다. 성인이 돼 자주 배앓이를 하고 건강이 나빠지자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 함초 즙과 죽을 쑤어먹었다. 결과는 건강의 회복이었다. 이때 부인은 기겁을 했다. 검증도 안된 풀을 먹는다며 만류했단다.
함초에 대한 믿음이 커질수록 염전과 갯벌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무작정 낫을 들고 염전으로 찾아가 함초를 벴다. 당연히 염전주인은 어서 베어 가라며 고마워했다.
함초를 베어오면 건조시키고 효소를 만들고 식품으로 제조하는 것은 부인 민씨의 몫이다.
한때 그토록 미웠던 함초이지만 남편을 대한민국 최고의 함초박사로 만들어 준 것도 함초이고 남편에게 끝없는 열정과 목표의식을 심어준 것도 함초이기에 본인도 함초 마니아가 된지 오래다.
약초보관 전문가, 박동인씨는 부인 민씨를 그렇게 부른다. 어떠한 약초든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데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씨는 효소를 발효시키고 약초로 만든 반찬, 약초 장아찌 요리에서도 최고의 솜씨를 자랑한다.
박동인 씨로 인해 함초가 건강식품으로 떠오르게 되자 신안군에선 재배하는 농가도 생겼다. 또한 함초가 수익사업으로 자리 잡자 염전에서도 함초를 관리하기에 이르렀다. 박씨는 예전처럼 함초를 무작정 구입할 수 없게 되자 재배에 눈을 돌렸다. 20만 여평의 염전에 함초재배를 시작한 것이다.
염전의 골칫거리였던 함초를 예전처럼 무료로 구입할 수 없지만 함초가 건강식품으로 자리잡고 수익사업이 된 것에 대해 그는 정말 흐뭇하다고 말한다.
함초에서 시작한 약초에 대한 연구는 천문동과 석창포 연구로 확대됐다. 천문동과 석창포 재배를 우리나라 최초 성공했고 석창포는 꽃잎차로로 개발했다.  
약초박물관에는 300여 가지 약초술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선 항아리에 담긴 함초효소와 함초로 만든 각종 식품, 석창포 꽃잎차 등 다양한 건강식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20여년간 함초에 대한 열정을 이어온 박동인 씨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박동인 씨는 함초와 석창포, 천문동을 약초 삼합이라고 말한다. 함초는 소화기능에 우수하고 천문동은 순환기계통, 석창포는 눈 코 귀 등 머리에 좋기 때문이란다.  
본인 스스로를 약초꾼이라고 밝히는 박동인씨, 이미 그는 함초박사라는 이름을 얻었다. 지금은 남의 건물을 빌려 60여평의 작은 박물관을 꾸몄지만 그의 꿈은 세계적인 약초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그의 나이 올해 60세, 인생은 60부터라며 꺼지지 않는 열정을 보이고 있는 박동인 씨, 문을 연 함초박동인 약초박물관은 1분 사이로 울리는 주문 전화, 벤치마킹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취재차 찾아온 방송매체 등으로 정말로 북새통이다.
함초박동인 약초박물관은 남편인 박동인씨와 민경례 씨가 운영하고 있다. 남편은 함초를 비롯한 약초를 연구하고 또 채취해오면 이를 보관하고 상품화하는 것은 부인 민경례 씨이다. 이젠 부부가 함께 약초박사의 길을 걷고 있다.  
한편 함초박동인 약초박물관에는 전통농기구를 전시한 코너도 있고 우리의 민화와 해남출신 화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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